용선료 인하·채무 재조정 전제로
채권단, 원금·이자 3개월 유예
3조6천억 사채권 채무조정도 기대
채권단, 원금·이자 3개월 유예
3조6천억 사채권 채무조정도 기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에 대해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9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들의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에 채권금융기관들이 모두 합의해 채권단의 원금 및 이자를 3개월 동안 유예하고, 외부전문기관을 선정해 경영 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산업은행과 하나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채권 금융기관에 진 빚은 1조2000억원 규모다. 현대상선으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자율협약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등 모든 채권자들이 동참하는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추진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가운데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에는 자율협약은 종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건을 달긴 했지만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동의한 것은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5조768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해운업 경기가 좋을 때 비싼 값에 용선료 장기 계약을 한 탓에 지난해 용선료로만 1조8793억원을 썼다. 재협상을 통해 용선료를 낮춰야 지난해까지 5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선주들도 비싼 용선료를 고집하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받게 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면 이를 다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해운업 불황으로 선박을 빌려줄 곳도 마땅치 않아 재협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협상이 이뤄지면 공모사채 만기연장 등 사채권자들의 채무를 조정하는 일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다음달 7일로 만기가 돌아오는 12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에 대한 3개월 만기 연장이 한 차례 불발됐지만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사채권자들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채권 금융기관에 진 빚 1조2000억원 이외에도 공모사채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끌어온 누적 채무가 약 3조6000억원 더 된다.
현대그룹은 또 30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예정된 현대증권 매각에도 나서는 등 자구안 이행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현대상선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사채권자들도 채무 조정에 동의해야 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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