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10년간 수익률, 지수 상승률에 훨씬 못미쳐
“비싼 수수료 내지 말고 인덱스펀드 투자하는게 나아
투자회사는 투자 능력보다는 영업능력으로 돈 벌어”
“비싼 수수료 내지 말고 인덱스펀드 투자하는게 나아
투자회사는 투자 능력보다는 영업능력으로 돈 벌어”
‘월스트리트 헤지펀드와 투자자문가들의 말을 듣지마라. 누구라도 큰 돈을 잃는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투자자들에게 해온 조언이다. 버핏은 월가의 주식 전문가들의 권고를 따르기보다는 값싼 수수료의 에스앤피(S&P) 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은 실적을 낸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버핏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오찬에서 이런 주장을 다시 하며, 실증해 보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버핏은 이날 에스앤피 500 인덱스펀드와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인 ‘프로티지 파트너스’가 선정한 5개 펀드의 지난 10년간 실적을 비교해 보여줬다. 프로티지 파트너스는 2006년 ‘에스앤피 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버핏이 주장하자, 자신들이 추천하는 펀드와 10년간 실적을 겨뤄보자는 내기를 제안했다. 버핏 역시 이를 받아들였고, 이날 그 실적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버핏의 압승이었다. 2000년 이후 누적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에스앤피 500 인덱스펀드는 65.7%의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프로티지 파트너스의 펀드들은 21.9%를 기록했다. 에스앤피 인덱스펀드는 개별 연도 수익률에서도 8년 중 6년이나 우세했다.
버핏은 이런 실적 비교 결과를 보여주며, 수동적인 투자자들이 고액의 수수료를 받는 투자 자문가나 매니저들에 의해 조정되는 “과도히 활동적인” 투자자들보다 실적이 월등하다는 자신의 요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아주 기초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떠한 기부기금이나 연금펀드, 거부들도 이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들, 일반적으로 부자들인데, 그들은 자문가를 고용하나, 세상의 어떤 자문가도 ‘그냥 에스앤피 인덱스펀드를 사서 50년 동안 기다려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식으로 자문가를 할 수는 없다. 그런식이면 매년 수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문가들은 당신에게 세상의 모든 이유를 들이대고서는, ‘올해는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해외 주식에 더 집중해야 한다’, 혹은 ‘이 매니저가 공매도에 아주 뛰어나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렇게 다가와서 수시간 동안 얘기하고, 당신은 그들에게 엄청난 수수료를 지불한다.”
버핏은 이를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고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거대 헤지펀드에게 수치를 가지고 이를 말했으나, 내가 떠나면 그들은 나가서 수많은 자문가들을 고용해서는 거액의 돈을 지불한다.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말하자, 주주총회장에 참석한 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주식 자문가들은 항상 자신들의 추천을 매해 조금씩 바꾼다. 그들은 100% 바꾸지는 않는데, 이는 그렇게 하면 자신들이 작년에 했던 것이 잘못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매해 조금씩 추천을 수정하고는 엄청난 차트와 파워포인트를 들고와서는 거액을 돈을 지불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버핏은 에스앤피 500 인덱스펀드에 돈을 넣은 수동적인 투자자들이 “절대적으로 미국 산업의 기록적인 성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봐서, 미국 기업은 놀라운 업적을 보였다”면서도 “전문적인 투자 매니저를 이용하는 결과는 엄청난 손실이었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이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책도 추천했다. 프레드 슈웨드의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 있나>라는 책이다. 뉴욕을 찾은 한 방문자가 항구에 정박된 멋진 보트들이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의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은행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대답은 “고객들은 요트를 가질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만 돈 벌고, 고객들은 돈을 잃는다는 것을 말하는 책이다.
버핏은 “(투자자를 모으는) 상업 광고들이 말하는 것은 당신이 어제 했던 것과는 다른 것을 오늘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다. 뒤에 앉아서 미국 산업이 당신을 위해 일하도록 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가 투자자의 수수료만 챙긴다는 버핏의 주장에 대해, 월스트리트의 많은 관계자들은 버핏이 위선적이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버핏이 서민적이고 자애로운 투자자의 이미지 뒤에 숨어서 자신의 공격 대상이 된 기업들에 투자하는 전술을 구사한다고 비판한다. 버크셔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는 버핏에게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사서 그런 문제를 해결한 많은 사람들을 말하는 거냐”며 “그렇게 한 것이 훨씬 좋았다”고 자신들의 투자회사를 홍보하기도 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965년 이후 주가가 무려 159만8284%나 올랐다.
찰리 멍거는 “성공한 매니저들도 있다”며 “그러나 아주 작은 수이다. 볏짚에서 바늘찾기이다”고 버핏을 거들었다. 버핏은 월스트리트는 투자보다는 영업에 더 뛰어나다는 말로 결론을 대신했다.
“월스트리트에는 투자 능력보다는 영업 능력으로 사람들이 번 돈이 훨씬 많다. 뛰어난 투자 기록을 이룬 몇몇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투자자들은 그런 사람을 찾으려고 자문가들에게 돈을 지불하나, 그 자문가들도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찾는지는 모른다. 그들은 단지 당신한테 무엇을 팔아먹을지만 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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