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유치 할당 과열경쟁 영향
100원도 없는 계좌도 2만8천개
100원도 없는 계좌도 2만8천개
금융회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소액 깡통 계좌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대부분이 실제 1만원 이하의 소액 계좌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한테 제출한 ‘아이에스에이 금융사 가입금액별 계좌 현황’을 보면, 은행에서 아이에스에이가 출시된 지난 3월15일 이후 한 달 동안 가입한 이들(136만2827계좌) 가운데 74.4%(101만3530계좌)가 1만원 이하의 소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0원 이하 계좌도 13만개가 넘는다. 심지어 100원이 채 안 되는 계좌도 2만8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 계좌가 양산된 배경에는 직원들한테 많게는 100개 이상의 유치 할당량을 제시했던 은행들의 과열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들은 아이에스에이에 담길 상품이 정해지기 전부터 유치를 독려했는데, 이때 가입한 이들의 대부분은 은행원들의 권유를 거절하기 어려워 계좌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은행 직원들은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은 물론 주변 식당이나 상가를 돌며 “내 돈으로 1만원을 내줄 테니 가입만 해달라”며 부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불완전 판매와 함께 소액 계좌 양산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일각에선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를 ‘소액 깡통 계좌’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직원들의 계좌 유치 실적을 집계해 사내 게시판에 순위를 매겨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단순 가입자 수가 아닌 ‘가입자 수에 가입 금액을 곱하는 방식’으로 시중은행들이 평가척도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행보다는 덜 하지만 증권사도 소액계좌가 적지 않았다. 아이에스에이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증권사에서 개설된 계좌는 14만2830개으로 1만원 이하 계좌가 36.5%(5만2099개)를 차지했다. 증권사의 1인당 평균 가입액은 271만원으로 은행(46만원)의 6배가량이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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