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나 예·적금 금리 인하
시차 두고 대출금리도 내릴 전망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들은 주름살
시차 두고 대출금리도 내릴 전망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들은 주름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리면서 시중은행들도 본격적으로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연 1%초반대로 떨어지고 앞으로 대출금리도 내려갈 전망이어서 은행들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통 금리가 낮아지면 예대금리 차이(대출금리-예금금리)가 줄어들어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우리은행은 13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약 0.2%포인트씩 낮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우리웰리치 주거래 예금’(1년 만기) 금리를 연 1.60%에서 연 1.40%로 내렸고, 자유적립식 ‘올포미 적금’ 금리도 연 1.60%에서 연 1.35%로 하향 조정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도 이날 자유적립식 ‘행복나눔적금’(1년 만기) 금리를 연 1.50%에서 1.20%로 내리고 일부 상품 금리를 연 0%대로 조정하는 등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내렸다. 케이비(KB)국민은행이나 엔에치(NH)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수신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는 예·적금 등 시중은행 수신금리에 바로 반영된다. 현재 연 1% 초중반 수준인 금리가 1%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신금리가 내려가면 통상 자금조달 비용도 감소하지만 은행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이자비용 감소에 대한 기대보다 소비자들이 은행에 돈을 넣는 대신 다른 투자처로 이탈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이 연 1% 초반으로 예·적금 금리를 조정할 경우 이자소득세, 물가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금리 조정 폭이 좁아져 예대마진이 감소한다. 이미 지난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2%대로 떨어지면서 예대금리 차이가 1%포인트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좁혀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출의 근거가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올해 1월 1.72%에서 지난달 1.55%까지 떨어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도 꾸준히 감소해 지난 1분기에는 역대 최저수준인 1.55%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은행들의 이자이익 감소분이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기준금리 인하 직전인 지난 7일 현재 국고채(3년)와 은행채(3개월) 금리는 각각 1.41%와 1.47%로 당시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상황이 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은행권의 수신 잔액이 11조원가량 늘면서 은행들의 자금 수요도 줄어든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가 이전 달의 단기채권금리 변동 등에 따른 은행 자금 조달 상황 등을 반영해 결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대출 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어 은행으로서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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