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운용하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지난 3개월 성적표가 공개됐다.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 가입자들의 ‘갈아타기’가 본격화 될 전망이지만 전문가들은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단기 수익률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투자자가 투자상품을 지정하는 신탁형과는 달리 일임형은 투자위험별로 5개의 상품군(모델포트폴리오)을 설정한 뒤 증권사가 알아서 상품을 골라 투자하기 때문에 증권사의 운용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가 30일 ‘ISA 다모아’ 누리집(isa.kofia.or.kr)에 공시한 증권사별 일임형 아이에스에이 103개 상품의 최근 3달 수익률(3월14일~6월14일)을 보면, 초고위험군(15개 상품) 수익률은 0.23~4.92%, 고위험군(27개)은 0.1~5.01%, 중위험군(25개)은 0.4~2.42%, 저위험군(24개)은 0.34~1.81%, 초저위험군(12개)은 0.28~1.16%로 같은 위험군 내에서도 수익률(운용 수수료를 제외한 순수익률) 격차가 상당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상품은 고위험군에 속한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의 ‘수익추구형 B2’로 신흥국 펀드 등에 투자해 최근 3달간 5.01%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증권사는 초고위험군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4.92%)을 올린 상품(‘고수익추구형 A1’)을 보유 중이다. 중위험·저위험군에서는 엔에이치(NH)투자증권의 ‘QV 중립A’(2.42%), ‘QV 안정추구A’(1.81%) 상품이 각각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초저위험군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안정형 모델포트폴리오’가 가장 높은 수익률(1.81%)을 거뒀다. 반면 에스케이증권의 ‘적극투자형 A’(0.1%), ‘공격형 A’(0.23%) 상품은 각 고위험·초고위험 상품임에도 전체 103개 상품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0.05%다.
상품을 선택할 때는 수익률 외에도 함께 공개된 자산군별 투자현황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스에이에 모집된 자금이 펀드·파생결합증권·환매조건부채권(RP) 등 어느 자산군에 어떤 비중으로 투자되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고위험·중위험군 상품의 수익률은 비교적 낮게 집계됐지만, 투자현황을 보면 아직 절반 이상의 자금이 투자 대기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민섭 미래에셋대우 랩(WRAP)운용부 과장은 “시장이 불안해 주가가 흔들릴 것으로 봐 위험자산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익률이 공개된 만큼 성과가 좋은 상품을 좇아 계좌이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인모 금투협 자산관리(WM)서비스본부장은 “아이에스에이는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단기 성과나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6달~1년 수익률을 지켜보며 수익률 변동성까지 따져보고 3달 수익률은 참고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앞으로 6개월, 9개월, 1년, 2년, 3년 수익률 등을 순차적으로 공시할 계획이다. 아이에스에이 계좌이동제는 이달 중순 시행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기준 아이에스에이 가입자 수는 231만명이고 총 가입금액은 2조3320억원이다. 증권사보다 한 달 늦게 일임형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은행의 수익률 공개는 7월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