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 전세계 주요국에서는 현금과 신용카드 사용이 줄고 직불카드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되레 사회적 비용이 가장 높은 신용카드 이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주요국의 지급수단 사회적 비용 추정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전체 지급수단 가운데 39.7%를 차지해 주요국과 견줘 압도적으로 높았다. 현금 사용 비중은 36%, 직불카드는 14.1%에 불과했다. 반면, 2013년을 기준으로 노르웨이는 직불카드 이용 비중이 51.8%로 가장 높았고, 현금이 18.4%, 신용카드는 14.3%를 차지했다. 호주는 현금이 51.3%, 직불카드가 27.8%, 신용카드가 14.3%의 비중을 보였다.
이번 보고서는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등이 각 지불수단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사회적 비용이란 금융기관, 소매점,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이 지급행위에 사용한 인적·물적 총 비용에서 경제 주체 간 오간 수수료(사적비용)를 뺀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을 직접 추정한 적이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지급수단의 연간 총 사회적 비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42~0.83% 수준이다. 네덜란드가(24억유로)로 가장 낮았고, 이탈리아(150억유로)가 가장 높았다. 거래 건당 사회적 비용을 보면, 현금이 0.26~0.99유로로 가장 낮았고, 직불카드는 0.32~0.74유로였다. 반면 신용카드는 0.98~2.85유로로 사회적 비용이 현금과 직불카드의 약 3배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들 주요국에서 신용카드의 건당 사회적 비용이 가장 높은 이유는 신용리스크 관리 비용 등이 들고 이용 비중이 낮아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작기 때문”이라며 “반면 우리는 신용카드 사용에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적립 등 인센티브도 많아 사적 비용 측면에서 신용카드가 훨씬 저렴한 지급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우리나라도 지급 수단별 사회적 비용 및 손익 분기점을 추정해 효율적인 조합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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