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분 48.1% 가운데 30% 매물로
2010년 이후 네차례 매각 실패 끝에
4~8%로 지분 쪼개팔기로 흥행 나서
국내외 18개 투자자 예비입찰 참여
안방보험·오릭스 등 중·일 투자자도
투자희망 지분 합치면 82~119%여서
매각 성사 가능성 어느때보다 커져
2010년 이후 네차례 매각 실패 끝에
4~8%로 지분 쪼개팔기로 흥행 나서
국내외 18개 투자자 예비입찰 참여
안방보험·오릭스 등 중·일 투자자도
투자희망 지분 합치면 82~119%여서
매각 성사 가능성 어느때보다 커져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 48.1% 가운데 30%를 4~8%로 쪼개 파는 예비입찰에 예상을 넘어 18곳의 투자자가 몰렸다. 2010년 이후 네차례나 실패했던 우리은행의 민간 매각과 공적자금 회수가 다섯번째 시도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안방보험 등 중국계 자본과 일본계 자본도 직간접적으로 지분 투자에 나서서 눈길을 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투자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18곳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이들이 투자 의사를 표명한 지분을 모두 합치면 82~119%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1곳이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예비입찰 마감일에 접수가 몰린 셈이다. 본입찰 등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최종적으로 4~8곳이 낙찰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번 예비입찰을 앞두고 과점 매각 방식을 내걸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보유한 지분 48.1%(콜옵션분 3% 제외) 가운데 30%를 최소 4%에서 최대 8%까지로 나눠 파는 방식이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권을 포함해 매각하려다 번번이 실패하자 지분을 쪼개 파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번에는 투자의향을 밝힌 18곳이 최소 매수 기준인 4%씩만 원한다고 해도 72%가 되어, 매각 지분량(30%)의 두배를 웃돌게 된다. 투자자들은 예비입찰 단계에서 투자희망 지분을 명시하지 않고 4~8%로 적은 곳도 있다 보니, 투자희망 지분이 82~119%의 범위로 편차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를 국적별로 봤을 땐 국내 투자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한화생명을 비롯해 한국금융지주 등이 전략적 투자자(SI)로, 키움증권, 보고펀드, 아이엠엠(IMM)프라이빗에쿼티(PE), 한앤컴퍼니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지분 인수 의사를 밝혔다. 또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했고, 일본 오릭스금융그룹도 의향서를 냈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외에서 금융회사, 사모펀드 등이 골고루 참여했다. 아직 본입찰 등 절차가 남았지만 첫 단추를 잘 뀄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모두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이 지원됐으며, 자회사인 경남·광주은행 매각과 배당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8조2869억원(회수율 64.9%)을 회수했다. 최소 기준인 4% 지분 인수에 약 3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과점 매각이 성공할 경우 2조~2조5천억원을 추가로 회수한다.
하지만 앞으로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매각 흥행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투자자가 적어내야 할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주가는 연초 8천~9천원대였지만 지난달 매각 방침 발표 뒤 1만원대로 올랐으며, 이날도 150원 오른 1만1350원으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9월 말부터 우리은행 실사 기회를 가진 뒤 11월 중순께 본입찰에 가격을 써내게 된다. 금융위는 11월 본입찰을 실시한 뒤 투자자 적격심사를 비롯해 주식 양·수도, 대금납부 등을 연내에 마칠 계획이다. 아울러 계약을 체결한 투자자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연내 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열고, 대주주인 예보와의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해지해 정부의 공식적 경영 간섭 고리를 없앨 방침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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