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통화정책국 남민호 과장 등 연구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 국내 유입→원화 강세→수입물가 하락 경로
미국 양적완화 영향 커…영국·일본은 큰 영향 없어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 국내 유입→원화 강세→수입물가 하락 경로
미국 양적완화 영향 커…영국·일본은 큰 영향 없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의 전례 없는 돈풀기가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남민호·정재욱 과장, 강규휘 조사역은 5일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놨다. 이는 2009~2014년 미국·유럽(ECB)·영국·일본 등 주요국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화)이 국내 물가상승률에 미친 영향을 모형을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 결과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원화 강세를 유발해 국내 물가상승률을 추가로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이 원-달러 환율과 국내 물가상승률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만들어낸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원화 강세를 유발해 원화 기준 수입물가를 하락시키는 경로(환율 경로)로 국내 물가상승률 하락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국내 외국인 투자는 주요국의 양적완화가 시행된 2009년 이후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외국인 투자잔액은 2008년 말 6066억달러에서 2014년 말 9944억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렇게 외국인 투자금까지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하락세(원화 강세)를 유지했다. 남 과장 등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증권보유액 합계 증가율이 32% 높아질 경우(양적완화 정책의 시행) 원-달러 환율은 해당 월에 전년 동월 대비 1%포인트 안팎 하락(원화 강세)하고 이후 2개월 동안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에 걸쳐 0.2%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다음 이후에도 일정 기간 소폭의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편, 주요국의 양적완화가 무역 경로를 통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민간소비가 증가해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 경우 국내 총수요가 확대되면서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실물경제 회복이 복합적 이유로 지연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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