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도 고액 보수 챙기기도
외국은 보수 환수 등 책임 경영 강화
외국은 보수 환수 등 책임 경영 강화
#1.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2012년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사건에 연루된 임직원 30여명에 대해 성과급을 환수했다. 이는 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은행 12곳이 리보를 일정 금리 아래로 낮추지 않도록 담합한 사건이다.
#2. 케이비(KB)금융지주 임영록 전 회장은 재직 시절 국민은행장과 감사가 반대하는 전산기 교체를 추진했다가 내분사태가 벌어지자 2014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3개월 직무정지’ 조처를 받았다. 이후 케이비 쪽은 성과급인 15억원의 지급 여부를 두고 논란만 거듭하다가 올해 초 소송 패소 우려를 들어 성과급을 지급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보수 환수가 좀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케이비금융지주는 내부 규정에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 법률 위반 등이 발생한 경우’에 보수 환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임 전 회장의 사례처럼 관련 법률이 미비한 상황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런 내부 규정마저도 없는 금융회사들이 더 많다. 우리 금융권 고위 임원들의 보수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보수 환수 강화 흐름에선 세계적 예외로 남아 있는 셈이다.
9일 시이오(CEO)스코어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금융권 상위 연봉자 1~10위의 연간 보수 평균은 20억2360만원으로 직원 보수 평균 9038만원의 22.4배에 이르렀다. 1위인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의 보수는 46억2600만원으로 2014년(12억3300만원)의 네 배로 뛰어올랐다. 장기성과급 34억2400만원이 큰 몫을 차지했다. 직원 연봉과의 격차도 11.5배에서 42.8배로 벌어졌다. 회사 실적이 나빠졌는데도 경영진 성과가 오른 경우도 있다.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은 2014년 14억3500만원에서 2015년 15억9000만원으로 보수가 10.8% 인상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회사는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이 2349억원에서 2123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이다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보수환수제 강화 등으로 임직원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잘못된 사례가 발생할 경우 강력하게 조처하고 있다. 우리는 관련 정책이 소극적인데다 기업의 자율적인 검토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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