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 뒤 비상대응체제 가동
24시간 금융시장 모니터링 등 경제 불안에 대응
24시간 금융시장 모니터링 등 경제 불안에 대응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현 경제 상황을 ‘여리박빙(如履薄氷·얇은 얼음을 밟듯 매우 위험함)’으로 규정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7일 아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 간부를 불러모아 긴급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어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위태롭다며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했지만,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여서 새 경제팀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김용범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비상상황실을 가동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정보공유 등 협력을 강화하고 모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빠짐없이 24시간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경제 상황 진단은 국내는 물론 해외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지난 9월말 대비 지난 4일 2.3% 하락하고, 영국(-3.0%), 독일(-2.4%), MSCI신흥국(-2.6%)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변동했다. 같은 기간 국내 금융시장도 코스피지수가 3% 하락하고, 환율 역시 1달러 1101원에서 1143원으로 42원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임 위원장은 “미국 금리인상, 유럽은행 부실문제, 브렉시트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세가 주춤하고 고용시장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으며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대내 리스크도 경제와 금융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금융건전성 등 튼튼한 기초체력을 확보하고 있어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비상상황실을 가동해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아울러 짧은 시간에 가계대출이 급증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특별 현장검사를 할 계획이다. 은행들에게는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과 외화자산 추가 확보 등 외화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커미티드 라인은 금융위기 발생에 따른 유동성 부족사태를 대비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집급하고 자금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다. 또 중소기업과 서민금융 차원에서는 회사채 시장 인프라 개선 작업 등을 통해 자금 조달 여건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사잇돌대출 취급 기관 확대와 중금리 대출 활성화로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권에게도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금융권에서 외화유동성 상황과 건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대외 충격도 흡수할 수 있도록 하고, 가계·기업부채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 투자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한 모든 조처를 수행해주기를 바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각별히 신경써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당국 간부들뿐만 아니라 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6개 금융권역 협회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국제금융센터 원장, 금융연구원장, 자본시장연구원장, 보험연구원장 등도 참석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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