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규모로 2008년 조성 뒤 재가동 의지
금융당국이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해 금리 안정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동한 이후 8년 만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채권과 대출금리 급등세가 유지되면 기업·가계·금융회사 등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채권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 펀드를 이용해 채권을 사들이면 채권값이 올라가면서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현재 90개 금융회사와 채권시장안정펀드 운용을 위한 협약이 있어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지원하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최대 10조원까지 자금을 수혈할 수 있고, 필요하면 이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펀드 가동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어 펀드 가동 시기를 밝히기 어렵지만 금리나 시장 상황을 봐서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내년 1분기부터 ‘회사채 인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사들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어려움을 겪던 중위험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난 등 일시적 경영 애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대출 보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가계와 기업이 불합리한 대출금리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금융사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도 점검한다. 임 위원장은 “금리를 산정하는 체계가 합리적인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사는 물론 차주(대출자·대출기업)에 금리 상승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시행한다. 연말까지 1차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사 자본확충, 부실자산 정리,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재기 지원 등과 같은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가계, 기업의 애로 해소를 위해 정책금융을 강화하고,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질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해운·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2M 가입 여부는) 10일 전후로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이를 매개로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은 총 5조3천억원의 자구계획 가운데 1조5천억원을 이행했고 자구계획 조기이행 등으로 유동성 문제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석유회사 소난골이 주문한 드릴십(이동식 시추선)을 넘겨주지 못해 1조원가량을 받지 못하자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을 성사시킨 마크 워커 미국 변호사를 투입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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