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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융당국, 삼성물산 합병건 시장 정보·시세 왜곡 의혹에 왜 무대응?

등록 2016-12-07 17:39수정 2016-12-07 19:21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청문회 증언
“합병 반대 보고서 쓰지 말라” 외압 받아
법원 “삼성물산 의도적 실적부진 합리적 의심할 만”
자본시장 왜곡 의혹 커졌지만, 금융당국 손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외압 등으로 자본시장의 정보 투명성이나 시세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별반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6일 국회 청문회에서 삼성그룹 장충기 사장과 한화그룹 금춘수 사장의 외압 의혹을 증언했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보고서 나가기 며칠 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사장이 부정적인 보고서는 쓰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합병에 반대하는 1차 보고서가 나간 뒤에는 “금 사장이 ‘삼성 장충기 사장에게 불편한 소리를 들었다. 다시는 합병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쓰지 않겠다 약속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합병 반대 보고서를 낸 한화투자증권에 한화·삼성그룹의 고위 임원이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셈이다.

현행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제2-28조)은 분석가(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위해 증권사 고위 임원이 자사소속 분석가에게 부당한 압력이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증권사 등을 회원으로 하는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한 업계 내부 규정이어서 강제성이 떨어진다. 그나마도 한화투자증권 사례처럼 회사밖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이 오는 경우엔 적용이 되지 않아 바람막이가 될 수도 없다.

한 증권사 분석가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이 굴리는 자금이 워낙 큰 상황에서 ‘을’ 입장인 증권사들은 눈치를 보느라 객관적인 보고서를 내기 힘든 형편이다. 분석가들의 독립성·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별도의 법령이나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증권업계 스스로 조사분석 보고서의 객관성을 제고하고 분석가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외압에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고 법령을 정비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에 앞서 법원은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의심할 만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발전소 공사 수주에 진전이 있어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었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4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소 공사 수주 때 같은 단계에서 이를 공개했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게다가 삼성물산이 따낸 공사 일부를 삼성엔지니어링에 넘겨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30일 결정문에서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주가의 상승을 막고 오히려 주가를 하락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중략)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이재용 등의 이익을 위하여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라고 짚었다. 이런 의심이 사실로 확정될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78조) 위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거짓의 시세를 이용하는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심이 나온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법원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의 부당성을 제기했으면 금융당국은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특검이 뇌물죄 적용을 위해 대가성 여부를 중점으로 살펴보는 것과는 달리 합병 과정이 정당하고 적법했는지 금융당국의 기준으로 조사해야 향후 자본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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