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지난 9일부터 은행서 확인 가능
연봉 4천에 마이너스통장 3천 있으면 75% ‘대출 빨간불’
은행권 “기준 80%면 대출 힘든 이 너무 많아…논의 필요”
연봉 4천에 마이너스통장 3천 있으면 75% ‘대출 빨간불’
은행권 “기준 80%면 대출 힘든 이 너무 많아…논의 필요”
내년부터 대출 심사에 활용할 새 지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9일부터 시중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의 이자만 합산하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디에스아르는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원금까지 더해 보다 엄격하다. 새 지표를 적용하면 실제 대출 능력 평가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까. 직접 확인해 봤다.
■ 실질DSR 75.3%? 여유 부리다 굳어진 얼굴
빚이라고는 마이너스통장 하나뿐이라 대출 심사 기준이 제아무리 까다롭게 바뀌어도 별 상관 없을 줄 알았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은행·보험·카드사의 대출 현황을 토대로 전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9일부터 확인할 수 있게 된 디에스아르를 적용받아보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빚이 별로 없어 쓸만한 사례가 될까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케이비(KB) 국민은행 본점 창구에 앉았다.
신용정보 조회 동의서를 작성하고 잠시 기다리니 결과가 나왔다. ‘전금융권 DSR 정보 조회’라는 제목의 결과지에는 예상대로 마이너스통장 내역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적힌 ‘실질 DSR 연간 추정액’은 무려 3010만4000원이었다. 1년에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전 금융권에 3천만원이 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를 4천만원 수준인 연봉으로 나눠 디에스아르(DSR)를 구해보니 무려 75.3%에 달한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은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에 디에스아르를 도입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시중 은행들은 시스템 구축 전인 2월부터 대강의 금리를 바탕으로 한 ‘표준 디에스아르’를 활용해왔다. 그동안 시중은행이 연체자 등 사후관리를 위해 내부적으로 세운 디에스아르 ‘적신호’ 기준은 80%였다.
빚이라고는 마이너스통장 하나뿐이라고 큰소리 쳤지만 이미 은행권의 연체자 등 사후관리 기준인 80%에 육박하는 재정 상태였다. 만약 내년에 시중 은행이 현재 사후 관리 기준대로 디에스아르 80% 수준을 대출 심사 기준에도 적용한다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회사를 통한 생활 자금 대출 등이 잡히지 않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디에스아르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연 원리금을 산정할 때 전체 대출액을 만기가 몇 년인가로 나눠서 계산하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연 3% 금리로 1억을 빌렸다면 연 원리금은 원금(1억을 10년으로 나눈 1천만원)과 이자(30만원)를 더한 1030만원이 된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만기가 1년이어서 실제 사용액과 관계없이 한도 전체가 연 원리금으로 잡혀 불리하다.
이같은 상태라면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과 큰 차이가 발생한다. 4천만원 연봉자가 3천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갖고 있을 때 총부채상환비율 방식에서는 6억짜리 집을 구입하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3억2600만원(20년 만기)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디에스아르를 적용할 경우 20년 만기로 1억3천만 빌려도 100%를 넘어서고 2억8천을 빌리면 150%에 육박한다.
■ 은행권 “80%도 높다”…당분간 자율 적용
금융당국은 일단 내년도부터 은행권이 자율적인 기준을 정해 대출 심사에 디에스아르를 활용하도록 했다. 수도권 아파트에 총부채상환비율을 60%로 정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도록 했던 것과 다른 방식이다. 시중 은행들은 내년 초에 대출 심사 때 활용할 디에스아르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후 관리 등에 디에스아르 80% 기준을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대출 심사에 80%를 적용할 경우 대출을 받기 힘든 이들이 많아 그 기준은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더라도 가계대출 문제로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서면 디에스아르 평가를 반영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것이어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1일 오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총제적상환능력심사(DSR) 평가 시스템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운용되고 있다”며 “차주의 부채규모뿐 아니라 금리나 상환일정 등에 따라 맞춤형 여신을 심사하는 관행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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