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터뷰, 달러약세 선호 노골화
취임때 보호무역 겨냥 환율문제 거론할 수도
올해들어 달러강세 완화 당분간 지속될듯
중장기적으론 달러강세 요인이 더 많아
취임때 보호무역 겨냥 환율문제 거론할 수도
올해들어 달러강세 완화 당분간 지속될듯
중장기적으론 달러강세 요인이 더 많아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달러 강세가 미국을 죽인다”고 직설적으로 언급해 당분간 달러 약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달러가치가 비교적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달러인덱스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인 한달여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이어진 달러 급등세는 올해 들어 완화되는 흐름을 이어왔는데, 트럼프가 이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0.66%) 하락한 달러당 1166.7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7.6원이 떨어진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1208.3원)보다 41.6원이나 하락한 상태이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인 지난달 9일(1165.9원) 이래 가장 낮다.
블룸버그 달러인덱스도 17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의 ‘달러 약세 선호’ 발언으로 전날보다 0.84%나 떨어진 100.33을 기록하며 지난달 7일(100.23)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 들어서 달러 강세가 누그러진 것은 트럼프가 공약한 재정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데다 취임식 때 대미 흑자규모가 큰 중국 등을 겨냥해 보호무역을 강조하면서 달러 약세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트럼프는 당선 뒤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대규모 재정지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서 달러 하락세를 불렀다. 이어 트럼프는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인터뷰에서 “달러가 이미 너무 강세다. 달러가 너무 강세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그들(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다. 그것(달러 강세)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달러 강세와 위안화 환율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일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식 때 보호무역 관련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대규모 재정지출은 의회 승인 등 절차가 필요하고 효과를 보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반면에 보호무역 정책들은 큰 비용 없이 즉각적으로 실행이 가능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실제 취임식 때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언급하는 등 환율을 문제 삼겠다는 뜻을 노골화한다면 달러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연말까지 중장기적으로 보면 달러가 계속 약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우리라는 예측이 많다.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와 달리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데다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또 보호무역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신흥국 경제와 통화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달러가 강세를 띨 수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1분기에는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점차 강세 압력을 받을 전망”이라며 “다만 한국의 경우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의 ‘시범케이스’가 될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