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2795명 중 1천명이 창구업무 L0직군
3년 전 무기계약직서 정규직 전환때 재입사 처리
계약직 근속기간 퇴직소득세 공제혜택 적용 배제
국세청 “재입사 이후 근속기간만 인정” 유권해석
과세당국, 10년차 직원을 3년차 대우하는 셈
무더기 경정청구나 법정 소송 이어질 듯
3년 전 무기계약직서 정규직 전환때 재입사 처리
계약직 근속기간 퇴직소득세 공제혜택 적용 배제
국세청 “재입사 이후 근속기간만 인정” 유권해석
과세당국, 10년차 직원을 3년차 대우하는 셈
무더기 경정청구나 법정 소송 이어질 듯
케이비(KB)국민은행 희망퇴직자 2700여명 가운데 1000여명이 “퇴직소득세 폭탄을 맞았다”면서 반발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은 정규직으로 신분이 전환된 창구 직원들로 흔히 ‘엘제로(L0) 직급’으로 통했던 10년차 안팎의 여성 직원이 대다수다. 과세당국이 퇴직소득세를 매길 때 무기계약직 시절의 근속연수 공제 혜택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31일 국민은행과 국세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희망퇴직한 국민은행 직원 천여명은 근속연수 산정이 잘못돼 퇴직소득세로 천여만원을 부당하게 징수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세무서를 상대로 무더기 경정청구나 법정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12월부터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해 올해 1월 2795명의 퇴직을 확정하고 36개월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이들 가운데 천여명은 10년차 안팎의 엘제로 직원들로, 2013년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퇴직소득세의 과세표준을 잡을 땐 얼마나 오래 근무했느냐에 따른 ‘근속연수공제’가 아주 중요하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문제는 엘제로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퇴직 이후 2014년 1월1일 재입사하는 형태로 진행된 데서 비롯했다. 희망퇴직한 엘제로 직원 대다수는 국민은행 내부에서 10년차 안팎의 장기 근속자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과세할 땐 2014년 근무를 시작한 3년차 단기 근속 직원으로 분류해 세 부담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런 세금 공방은 지난 2015년 국민은행 희망퇴직 때도 일부 발생했다. 당시 엘제로 직급 퇴직자 30여명은 제각각 지방 세무서를 상대로 근속기간 산정 문제에 대해 경정청구를 했으며, 일부 세무서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지방 세무서마다 판단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이후 국세청은 이런 사안에 대해 ‘계약직 근로자가 일반직 근로자로 전환되는 경우 근로관계가 단절되는 것으로 근속연수 계산 때 계약직 근로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2015년 말 새로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이번 국민은행 엘제로 직급 퇴직자들은 법정 다툼을 통하지 않고는 천여만원의 세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근속연수공제의 취지가 오래 일한 공로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긴 하지만 정규직 전환 때 퇴직한 뒤 재입사 처리를 했다면 재계약된 시점으로 근속연수를 계산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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