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 우호적 종결로 엔화 약세
원화는 트럼프 보호무역주의탓 약세 어려워
원, 엔 방향 당분간 엇갈릴 수도
원화는 트럼프 보호무역주의탓 약세 어려워
원, 엔 방향 당분간 엇갈릴 수도
원-엔 재정환율이 15일 종가 기준으로 1년 만에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미-일 정상회담 뒤 엔-달러 환율 상승(엔화 약세)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 정책 추진에 따른 엔화 약세는 환율조작이 아니라는 데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감을 얻어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의 가치 향배가 엇갈리며 수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전날보다 4.58원(-0.46%) 하락한 100엔당 999.0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엔 재정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세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1일(989.12원) 이후 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 뒤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엔-달러 환율은 이번주 들어 상승세(엔화 약세)로, 14일(현지시각) 약 2주 만에 달러당 114엔대로 올라섰다. 아베 총리는 15일 의회에서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과 관련해 “환율조작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것이라는 데 (미국 쪽의) 이해를 얻었다”고 말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트럼프가 엔화 약세를 용인한 것으로 해석돼, 당분간 엔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원화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을 지정하는 환율보고서를 내놓는 시기가 4월로 임박한 상태다. 또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면서 지난해 말에 급등했던 달러는 트럼프 당선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이에 수출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다시 둔화되고 올해 국내 경기를 떠받칠 정도의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1월 수출(통관기준)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 11월 이후 석달 연속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는 등 지난 3년간 지속돼온 수출 감소 추세가 끝나가고 있다. 수출이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엘지(LG)경제연구원은 15일 낸 ‘수출경기 진단’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 회복세가 빠르지 않은데다 미국의 원화 절상 압력이 수출 활력을 약화할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강중구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등 비관세장벽이 확대될 여지가 크고, 트럼프의 환율조작국 발언 이후 원화 절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 오는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개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당장 지정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환율 발언’을 통해 긴장감을 유지시켜 실제로 원화가 강세에 머무르게 하는 효과를 이어갈 수도 있다. 강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세계 경기의 호전 흐름을 우리 수출업계가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라며 “지금의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에는 물량과 금액 모두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효진 조계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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