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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보다 2배 오른 ‘동’…신흥국 증시 끌어올릴까

등록 2017-10-08 15:03수정 2017-10-08 20:25

수요 많은 중국 제조업 호조로
올해 전기동 가격 21% 올라

인플레에 강하고 금리에 취약한
금은 실질금리 올라 상승 제동

셰일오일 등 공급과잉으로
유가는 박스권 못뚫고 하락

“동 가격 상승하는 시기에는
선진국보다 신흥국 주가 유망”
게티 이미지 뱅크.
게티 이미지 뱅크.

금보다 동이 더 빛났다. 원유는 고개를 떨궜다. 산업금속인 동의 올해 가격 상승률이 안전자산인 금의 2배에 달해 세계 경기가 불확실성 속에서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3대 원자재 가운데 동의 상대적 강세는 신흥국 증시에 유리한 신호라고 진단한다.

8일 국제 원자재 거래소의 시세를 보면, 전기동(구리) 선물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6690달러로 지난해 말(5520달러)에 견줘 21.2%나 올랐다. 금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트로이온스당 1274.9달러로 같은 기간 10.7% 올랐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선을 다시 내주며 연초 대비 8.2% 하락했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금은 금융위기나 지정학적 위험으로 경기가 위축될 때 수요가 몰리고, 동은 경기 회복기에 사용이 늘어난다. 성격이 다른 두 금속의 가격이 동반 상승한 공통 원인으로 달러 약세가 꼽힌다. 원자재는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가 떨어지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 제 가치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달러의 대체화폐 성격이 강한 금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요 6개 통화와 견줘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말 102.3에서 현재 93.64로 8.5% 하락했다. 지난달 8일(91.33)에는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금값은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에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금리와 물가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지난달 8일 1350달러를 돌파했던 금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 금리인상을 시사한 같은달 22일 이후 12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금은 가지고 있어도 채권이나 주식과 달리 이자·배당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금리가 올라 채권의 이자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금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7일 2.05%까지 떨어졌던 미 국채(10년만기) 금리는 현재 2.36%로 올랐다.

금은 실물자산이어서 물가상승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을 보전해주는 강점이 있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 금을 찾는 사람이 늘어 값이 상승한다. 그런데 미국의 8월 물가(근원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 상승률은 1.3%로 2015년 11월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물가는 정체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금에는 설상가상이다.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높아져 금 가격을 끌어내린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긴축 기조가 이어져 실질금리가 오를 경우 금의 상승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등 세계 제조업 경기 회복세를 등에 업은 동의 기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전기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동은 ‘구리 박사’(Dr. Copper)로 불릴 정도로 경기의 선행지표 구실을 한다. 동 가격은 지난달 5일 톤당 6900달러를 뚫어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달 중국 국가통계국의 제조업 지수(52.4)는 5년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세계금속통계사무국(WBMS)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세계 동 수요의 50%를 중국이 빨아들였다.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건설과 인프라 확충에 힘입었다. 신흥국 전체 수요 비중은 68%에 이른다.

원유 가격은 올해 배럴당 50달러를 축으로 형성된 박스권을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흐름을 잘 반영하는 동과 원유의 가격 흐름이 올해 엇갈린 이유를 전문가들은 수급 요인에서 찾는다. 동과 달리 원유의 수요는 미국 등 선진국 비중이 여전히 높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최대 원유 소비국은 미국(20%)이다. 차량 보급률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수요 비중이 48%에 달한다. 중국 비중은 13%에 그친다. 선진국의 수요는 신흥국처럼 탄력적이지 않아 원유 소비를 촉발하는 효과가 약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원유는 또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다시 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은 언제까지 지켜질지 의문이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생산 증대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도 부합한다. 또 석유회사 아람코가 내년 증시에 상장되면 사우디 정부가 유가를 떠받칠 유인이 약해진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동 가격이 금이나 원유에 견줘 강세를 띠면 증시에서는 신흥국이 상대적으로 유망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 가격과 선진국 대비 신흥국 주가의 상대적 강도는 2011년 이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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