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23일 문을 열자마자 2500선과 포옹했으나 곧바로 이별한 채 다음 만남을 기약해야 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코스피가 2500선과 짧은 만남 속에 한국 증시의 새로운 지평을 예고했다.
코스피는 23일 개장 2분 만에 2500.33을 찍은 뒤 공방을 벌이다 0.51 오른 2490.05로 장을 마치며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외국인이 3천억원 넘는 순매수를 보였지만 국가·지자체의 대량 매물이 나오면서 2500선 시대의 본격 개막은 잠시 미뤄졌다.
코스피는 2007년 7월25일 2000선을 돌파한 이후 이날 10년 3개월 만에 2500선을 밟았다.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입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유동성의 힘이 맞물려 증시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증시도 동반 랠리를 펼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일치 표지에 황소 그림과 함께 ‘모든 지역이 강세장이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올해 들어 세계 주가지수는 평균 17% 상승했다. 코스피 상승률은 22.9%로 주요국 증시 가운데 홍콩(28.7%), 브라질(26.8%)에 이어 3위권에 올라 있다.
올해 코스피의 기세는 10년 전인 2007년의 파죽지세를 연상시킨다. 올해 첫날 2026.16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마디 지수’를 계단 오르듯 차례로 주파했다. 2월에 2100을 돌파해 7월에 2400을 뚫었다. 8월 들어 2300선을 위협받기도 했지만 이달 11일 다시 사상 최고치를 쓰며 2차 랠리를 이어갔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마디 선을 볼링 핀 쓰러뜨리듯 넘는 모습은 2007년이 더 강렬했다. 당시엔 한 해에 1500을 넘어 2000까지 내달렸다. 8월엔 1600선까지 주저앉기도 했지만 10월31일(2064.85)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상반된 측면이 많다. 올해는 대형주 상승률이 중·소형주를 압도하지만 2007년에는 대형주(31.36%)보다 소형주(37.33%) 수익률이 더 높았다. 당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95조원대로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였다. 현재 삼성전자 시총은 352조원으로 코스피의 21.8%에 달한다. 10년 새 코스피 시총이 63% 증가한 데 견줘 삼성전자는 269%나 불어났기 때문이다. 시총 상위 종목들의 면면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에 이어 포스코, 현대중공업이 차지했던 시총 2~3위 자리에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우선주가 들어섰다. 2000년대 주도주였던 철강, 기계, 조선 등 중국 관련주가 밀려나고 반도체 업종이 득세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실적에서 드러난다.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합친 올 3분기 영업이익(18조3천억원)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 상장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35조4천억원)은 지난 1분기(36조1천억원) 수치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를 비롯해 에너지, 증권 등 경기민감 업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자동차, 화장품 등은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유통과 통신 등 내수 업종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주 강세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신흥국의 쏠림이 더 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7일 “신흥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정보기술 업종의 시총 비중은 25.5%로 미국(23.2%)보다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유비에스(UBS)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티에스엠시(TSMC) 등 중국·한국·대만의 기술주가 신흥국 증시를 지배했다고 진단했다. 크레디스위스(CS)도 대만과 한국에서 2개 종목의 지수 상승 기여도가 50%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종목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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