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1 18:12
수정 : 2005.02.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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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업 수익구조 분석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등 수익성이 몇년새 크게 좋아졌지만, 이는 장사를 잘해서라기 보단 대부분 금융비용 절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1일 국내 기업들의 수익구조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경상이익률은 2000년대(2002~2004년) 평균 6.0%로, 90년대(1991~1996년) 2.1%의 약 3배 수준으로 좋아졌다. 그러나 순수 영업 활동의 결과인 매출액영업이익률만 보면 2000년대 7.0%로 90년대 7.1%보다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한은은 영업이익률에 별 변화가 없는데도 경상이익률이 크게 높아진 것은 금융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상이익은 영업이익에서 금융비용을 빼서 산출되는데, 차입금 평균 이자율과, 차입금 의존도 등을 따져 계산하는 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이 90년대 5.8%에서 2000년대 1.9%로 3.9%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특수한 상황이었던 외환위기 전후(1997~2001년) 기간은 제외했다.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률이 줄어든 것은 저금리로 인한 차입금 평균 이자율(93년 연 11.2%→2003년 6.8%)이 하락하고, 기업들이 있는 빚은 갚고 새 빚은 덜 지면서 차입금 의존도(93년 49.3%→30.2%)도 줄였기 때문이다.
금융비용 하락 효과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들에서 더 컸다.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이 8.0%에서 8.2%로 미미한 개선을 보였고 중소기업도 4.7%에서 4.9%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금융비용을 포함한 경상이익률은 대기업이 90년대 2.3%에서 2000년대 7.3%로 크게 높아진 반면, 중소기업은 1.3%에서 3.7%로 개선되는데 그쳤다.
대기업의 경상이익률이 중소기업에 견줘 크게 개선된 것은 정부가 추진한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현대차, 엘지전자, 포스코, 에스케이㈜ 등 국내 5대 기업은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모두 크게 개선됐다. 5대 기업의 2000년대 매출액경상이익률은 13.5%로 90년대에 견줘 9.6%포인트 높아졌으며, 영업이익률도 13.0%로 3.9%포인트 개선됐다.
한은은 그동안 기업 수지 개선이 주로 금융비용 부담 경감을 통해 이뤄져 왔지만, 이제는 추가 금리하락이 제약되고 부채비율 감축 노력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등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증대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현 한은 기업통계팀 차장은 “금리가 떨어지면 기업의 수익성은 좋아지지만, 반면 가계의 이자수입도 줄어 기업과 가계소득 간 양극화가 심해진다”며, “이런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기업들의 영업활동을 통한 수지개선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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