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이건희 차명재산’ 차등과세 대상인데, 과징금은 0원?

등록 2017-11-06 18:19수정 2017-11-07 15:14

앞뒤 안맞는 ‘금융실명법’ 논란

금융위, 비실명 자산 맞다면서도
‘과징금 대상 아니다’ 상반된 해석
금융실명법에 ‘거래자’ 정의 허점
시행 이전 계좌는 과징금 대상 ‘예외’
“차명계좌 재산은 비실명 간주하면서
계좌 자체는 실명계좌로 보는 모순”
전문가들, 법 개정 필요성 지적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검찰 수사 등으로 확인된 차명재산은 차등과세(이자·배당 소득의 90% 과세)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같은 재산에 대한 과징금 징수 규정에 대한 금융위 해석은 상반된 것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규정으로 해석상 논란을 빚고 있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참고자료를 내어,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든 재산은 금융실명법 5조에 따른 차등과세 대상이지만, 같은 법 부칙 6조에 따른 과징금 징수(1993년 긴급명령 시행일 당시 자산가격의 50%) 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2008년 금융감독원이 조준웅 삼성 특검의 의뢰로 검사해 위법 사실이 드러난 1021개 계좌 가운데, 1001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됐다. 나머지 20개 중 7개는 개설 당시 실명계좌였고, 13개는 제도 시행 당시 두달에 걸친 유예기간 동안에 실명전환된 계좌다. 결국 이 회장은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에도 제도시행 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 조성 등에 활용한 것이다.

과징금 징수와 관련해, 금융위는 우선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에 만들어진 1001개 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부칙 5조와 6조가 실명전환 의무와 과징금 부과 대상을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발동 이전에 개설된 계좌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과징금 산정 기준도 긴급명령일(1993년 8월12일) 당시 자산가격으로 정하고 있다. 긴급명령 이후 차명계좌에 수조원 이상 재산을 숨겼어도 과징금은 0원이라는 얘기다.

금융위는 나머지 20개 계좌 역시 ‘실명전환 의무’도 없고 ‘과징금 부과’ 대상도 아니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차명계좌도 실지명의로 개설된 계좌로 본 것이다. 금융실명법 3조1항은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거래자’를 실소유자가 아닌 명의인으로 봤기에 가능한 해석이다. 하지만 이는 이 회장 차명계좌에 든 재산이 차등과세 대상인 ‘비실명재산’으로 판단한 해석과는 모순적이다. 이런 모순적 해석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금융실명법 자체에 ‘거래자’에 대한 정의는 빠진 채 명의인과 거래자를 조항마다 번갈아 쓰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금융당국도 이런 법의 맹점을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계좌가 개설된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실명전환 의무나 과징금 징수를 위한 규정이 (법에)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금융위는 이런 법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조처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실명제 도입 취지와는 달리 다른 사람 명의계좌에 재산을 숨겨온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큰 이익(규제 차익)을 누리는 상황이 계속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불법 재산 은닉이나 자금세탁 목적으로 만든 차명계좌를 금지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이 경우에도 과징금 징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실소유주의 재산상 손실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사례처럼,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목적은 이자·배당 소득을 숨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인이 대주주인 회사의 지분을 은닉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차명재산을 운용할 유인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 실명 전환 유도를 위해 과징금과 차등과세와 같은 강력한 패널티 장치가 있었지만, 현재로선 차등과세만 살아있는 상태”라며 “금융실명법 자체가 완전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털어놨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은 “차명계좌에 든 재산은 비실명재산으로 보면서 계좌 자체는 실명계좌로 보는 (금융위의) 유권해석도 일관성이 결여돼 있지만, 금융실명법 전반을 검토해 재정비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