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2월부터 시행할 장기소액연체자 대책에서 진행될 ‘채무조정 프로세스’. 자료: 금융위원회
정부가 원금 1천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사람들의 채무를 없애주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대상자 약 159만명이 갚을 능력이 되는지 따져본 뒤 이들의 빚을 탕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관계기관은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내년 2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내년 2월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대상자들의 신청을 받은 뒤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채무탕감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자·연체이자·가지급금을 제외한 채무원금이 1천만원 이하인 이들이 대상이다. 2007년 10월31일 이전부터 빚을 연체하기 시작해, 연체 기간이 10년 이상 돼야 한다.
이들 가운데 10년 이상 된 장애인 자동차나 1t 미만의 영업용 차량 등 생계형 자산을 제외한 재산이 없고, 1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99만원으로 중위소득의 60% 이하면,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채무조정을 받지 않고 연체하는 이들이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추심은 즉시 중단하고, 채무탕감은 최대 3년 이내에 해준다. 채무조정을 받고 상환 중인 이들이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엔 즉시 채무를 면제한다.
정부는 대상자를 159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1인당 평균 연체한 원금은 국민행복기금 연체자 기준 약 450만원 규모로, 기초생활수급자나 60살 이상 고령자 등 사회취약계층만 3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금융회사가 대부업체 등에 부실채권 재매각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추심에 시달려왔다. 이들 63.5%가 한 차례 이상 채무 시효가 연장됐고, 평균 연체 기간은 약 14.7년에 달했다. 이들이 갚지 못한 빚의 원금은 6조2천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민간금융회사 등이 보유한 2조6천억원의 채무원금을 탕감할 재원마련을 위해 비영리재단법인 형태로 별도의 한시 기구를 설립해 관련 시민·사회단체 기부금이나 금융권 출연금을 모을 계획이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3조6천억원의 채무원금은 정리하더라도 별도의 예산이 들지 않는다.
정부는 부정감면자 신고센터를 운영해 재산·소득을 은닉하고 채무탕감을 받은 부정 감면자가 발견되면 감면조치를 무효로 하고 신고자를 포상할 계획이다. 부정감면자는 신용정보법상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준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무탕감 대상자는 평균적으로 약 400만원 남짓의 채무를 15년 가까이 연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대부분 저신용·저소득층이며, 상당수는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자 등 사회취약계층에 해당하는 분들”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장기소액연체자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고 앞으로 장기연체 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