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코스닥 지수가 16년 만에 900선을 돌파해 901.23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등에 업고 코스닥이 16년 만에 900선 고지에 올랐다.
16일 코스닥 지수는 9.62(1.08%) 오른 901.23으로 장을 마감했다. 2002년 3월29일(927.30) 이후 15년 10개월 만에 900선을 탈환했다. 그동안 지수 급등을 이끌어온 제약업종(0.18%)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대신 반도체 업종이 3.27% 오르며 축포를 쏘아 올렸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지난 11일 이후 제약업종은 15.56% 급등하며 코스닥 지수 상승(7.94%)을 이끌었다.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코스닥 150지수도 13.24%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운송(-1.73%) 등 상당수 업종 지수는 되레 내리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코스닥 소형주 지수도 0.18% 하락했다. 업종과 사이즈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 5일 발표될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KRX 300)에서 바이오 업종의 비중이 높아지는 대신 다른 업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점도 쏠림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코스닥의 ‘공룡’ 셀트리온이 다음달 중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은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셀트리온을 지수에서 제외하는 데 따른 팔자 물량이 코스닥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7589억원의 코스닥 주식을 쓸어담고 있으며, 팔자로 일관하던 기관투자가들도 이번 주 들어 423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시장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코스닥 물주기’가 먹혀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 정책 효과를 과거 노무현 정부와 견줘 가늠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도 코스닥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폈다. 중소벤처 활성화와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또 기금관리기본법 등을 통한 코스닥의 기관 주도 장세를 유도했다. 그 결과 코스닥의 인터넷주와 제약주가 급등했다. 지금의 혁신생태계 조성,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과 맥락을 같이한다. 부동산 규제를 통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코스닥으로 돌리려는 것도 유사하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종합부동산세 등 규제 정책을 밀어붙였다. 지금 정부도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코스닥 정책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우선 정책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현재 남아있는 카드가 별로 없고, 연기금 차익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는 세법 개정 등을 통해 내년에나 가능하다. 반면 정부의 코스닥 육성 의지가 한두 달로 끝날 수준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후속 정책 발표가 이어지며 기관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무엇보다 코스닥 지수 상승의 온기가 소수 대형주에서 시장 전체로 퍼질 것인지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지금처럼 연기금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바이오 등 코스닥 상위 일부 종목의 쏠림만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시장 건전성에 대한 믿음을 줘야 코스닥 랠리가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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