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회책임투자 지수와 펀드에서 삼성전자가 아예 편입되지 않거나 그 비중이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문제점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한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의 재무제표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사회책임(S)·지배구조(G)를 고려해 이른바 ‘착한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 지수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개발한 ‘한국 이에스지(MSCI KOREA ESG)리더스’ 지수에는 삼성전자가 포트폴리오에 들어있지 않다. 이 지수와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준비 중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7일 “2014년 11월 이 지수가 산출된 이래 삼성전자가 편입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스지 기준이 다소 느슨한 엠에스시아이의 ‘유니버셜’ 지수에는 삼성전자 비중이 27.15%(지난해 11월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엠에스시아이의 일반 한국지수(MSCI KOREA)는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비중이 32.36%에 달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안전성 문제나 지배구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이 지수가 종목을 선정하는 요건을 보면 알 수 있다. 리더스 지수는 이에스지를 평가할 때 인권, 노동, 지배구조 등과 관련된 5가지 분야에서 기업의 사업과 상품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란 점수’를 매긴다. 특히 노동 분야에서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등의 문제를,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뇌물과 사기 등을 주요 요소로 적시했다. 이 기준에 따라 ‘한 가지 이상의 매우 심각한 논란’에 연관된 기업은 ‘적색’(0점)으로 분류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엠에스시아이코리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삼성전자가 지수에서 중도에 제외됐다는 등의 사실과 다른 보도가 잇따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제외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만 했다.
국내에서도 이에스지 지수가 개발돼 펀드 운용에 활용되고 있다. 리서치 기관인 와이즈에프앤이 개발한 ‘이에스지 우수기업지수’는 1차적으로 술, 담배, 도박 등 이른바 ‘죄악주’와 7개 평가 등급 중 항목별로 최하위(D)를 받은 기업을 걸러낸 뒤 종합등급이 하위 3개(B, C, D)에 속하는 종목을 추가로 제외한다. 이 지수를 따르는 ‘아리랑이에스지’ 상장지수펀드에는 삼성전자 비중(2.42%)이 이날 현재 8번째로 밀려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이에스지 요소가 우수한 종목으로 구성된 ‘케이알엑스(KRX)이에스지리더스150’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통합등급은 2016년 A에서 지난해 중간 등급인 B+로 한 단계 하향조정됐다. 세부 항목 중 사회책임(A+→A)과 지배구조(B+→B)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게 영향을 줬다. 이 지수를 따르는 ‘포커스이에스지리더스’ 상장지수펀드에서 삼성전자 비중(0.99%)은 1%가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지며 38위를 기록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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