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와 24.8%.
앞에 쓴 숫자는 코스닥 전체 영업이익에서 제약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뒤는 코스닥 시가총액 중 제약업의 비중이다. 바이오 기업들이 시장에서 이익의 두 배가 넘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증거인데, 그만큼이 성장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렇게 성장성을 높게 쳐주다 보니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코스닥 제약업종의 시가총액이 76조원을 넘었다. 거래소 제약주보다 30%나 크다. 오랜 시간 거래소에 상장됐던 45개 제약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게 셀트리온 한 회사만도 못하다. 기존 제약사가 완전히 밀려나고 바이오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금 상황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긍정적인 관점에서는 바이오가 성장산업으로 자리 잡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주가 급등 역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을 앞당겨 반영한 형태이므로 문제 될 게 없다. 지금은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지만, 3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0위에도 겨우 턱걸이할 정도의 회사였다. 이렇게 성장성이 높은 회사가 변해왔던 예와 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고려할 때 중간에 기복이 있더라도 추가 상승을 의심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바이오 성장성의 대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약/바이오가 우리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 정도다.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에서 해당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다. 이미 시장에서는 바이오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8배나 높게 평가되고 있는 만큼 추가로 고려해야 할 요인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바이오산업의 성장과 주가가 따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이 최고로 인기를 끌었던 건 1986~88년 3년간이다. 해당 기간 증자를 고려한 수정 주가가 100배 가까이 올랐다. 자본자유화로 증권업이 크게 발전할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이후 증권업은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크게 성장했다. 최고 호황기였던 1988년에 2000억원에 지나지 않던 일평균 거래대금이 작년에 9조원이 됐다. 45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수수료 인하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새로 생긴 선물 시장과 펀드 판매까지 포함하면 증권업의 규모가 더 커진다.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맥을 추지 못했다. 현재 증권업 주가는 1989년 최고치의 53%밖에 되지 않는다. 주가가 너무 앞당겨 오르는 바람에 이후 산업의 성장과 주가가 따로 논 것이다.
어느 쪽 생각이 맞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바이오 주가가 너무 높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주가 하락의 위험이 크고, 바이오 업황이 어지간히 좋지 않은 한 현재 주가를 유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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