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다시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 15일에는 코스피가 2500선을 탈환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20개 넘는 기업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 270조, 영업이익 29조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0.5%와 45.2% 늘었다. 문제는 업종인데,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이익 증가율이 2.8%로 낮아진다.
4분기 실적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건 이익 증가 요인의 상당 부분이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진국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 한국 수출이 크게 늘었다. 재고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제품 가격도 상승했다. 가격과 수량 모두가 이익 증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이익 둔화에 시달리던 은행, 조선, 철강, 건설 등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효과까지 더해졌다. 그 덕분에 반도체와 은행의 이익이 크게 늘면서 전체 이익이 증가했는데, 4분기 들면서 그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비용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1145원에서 1070원으로 하락했다. 국내 기업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부담되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부분에서도 비용 증가가 있었는데, 유가가 배럴당 62달러까지 상승한 게 대표적이다.
경기회복이 매출로 연결되는 통로도 잘 작동하지 않았다. 반도체 양사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전체도 비슷한 수준인데, 2016년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외 경기회복 효과가 기업 실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이익과 매출이 동시에 늘어나던 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다.
주가 상승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실적 부분에서 몇 가지 숙제가 풀려야 한다. 먼저 이익 증가율의 반전이 필요하다. 2016년부터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기업의 이익증가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해 2~3분기에는 증가율이 34.7%까지 올라가 반도체를 포함한 이익증가율 21.7%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제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익이 거의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주가가 이익의 절대치와 증감률 모두에 의해 결정되는 걸 고려할 때 추세 전환이 필요하다.
이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할 필요도 있다. 2016년 4분기부터 반도체를 포함한 이익과 제외한 이익 사이에 차이가 벌어졌다. 다른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반도체 기업보다 작아 전체 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1월 한 달 새 디램(D-Ram) 가격이 6% 넘게 떨어졌다. 제품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 경우 이를 메울 방법이 없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1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가 괜찮은 데다 지난해를 지나면서 국내 기업의 이익 구조가 한 단계 개선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4분기 실적을 고려해 기대치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