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거품 붕괴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2일 오후 9시20분 현재 가상통화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0% 폭락한 개당 79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80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14일 이후 처음이다. 정점을 찍었던 지난달 5일 2744만원에 견주면 한달도 안 돼 70% 폭락했다.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통화 시세도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이에 국내 시세가 외국보다 되레 낮은 ‘김치 역프리미엄’이 발생했다. 국제 시세도 급락하고 있지만 국내 시세의 하락폭이 더 가팔라서다.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데스크 시세를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시각 7916달러를 기록 중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855만원대로 국내 시세가 이보다 6.7%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국제 시세도 지난달에만 30% 급락해 월별 기준 사상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이 거품의 5단계 중 ‘희열의 단계’(지난해 11월)를 지나 ‘고통의 단계’를 향해 치닫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공포의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중구 다동 국내 최대 가상(암호)통화 거래소인 빗썸의 고객센터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근 가상통화 가격은 거래소 해킹에 따른 불안과 세계 각국의 강력한 규제가 맞물려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가상통화거래소 코인체크에서 580억엔(5700억원) 규모의 가상통화 해킹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모든 거래소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가상통화 교환권을 통한 가격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주요 거래소의 하나인 비트피넥스와 가상통화 거래용 코인 발행업체 테더는 비트코인 등을 미 달러화 대신 ‘테더 코인’으로 교환해 투자하도록 유도해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테더의 코인은 1개당 약 1달러의 가치로 거래되고 있지만 코인의 가치에 해당하는 달러를 테더가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같은 인물이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이들 업체에 소환장을 발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가상통화 거래소는 설립자의 기술적인 조작 가능성에 취약한 것으로 지적돼왔다. 2014년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할 때도 최고경영자가 거래시스템을 조작해 비트코인 계좌 잔액을 부풀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라이즈뱅크'란 업체가 가상통화공개(ICO)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산을 동결시키고 추가 가상통화공개를 금지했다. 중국은 가상통화 거래 금지에 이어 거래소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접근하는 것도 차단했다. 인도 정부도 1일 가상통화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거래소들의 계좌를 정지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를 도입해 투기 억제에 나섰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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