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가 금리의 역습을 받고 급락했다. 미국 금리가 추가 상승하고 달러가 강세로 전환할 경우 국내 증시의 충격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코스피는 미국발 금리 급등 여파로 33.63(1.33%) 하락하며 2500선을 내줬다. 코스닥은 충격이 더 커 41.25(4.59%) 급락해, 2016년 6월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8.8원 오른 1088.5원으로 마감했고, 국채 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1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증가와 임금 상승률은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특히 그동안 2%대 중반에서 정체됐던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2.9%나 상승하는 등 2009년 6월 이후 가장 가팔랐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전 의장이 고대했던 임금 상승이 그의 임기 마지막날 실현된 셈이다. 하지만 임금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다우존스지수는 665.75(2.54%) 급락해 2016년 6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고,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상대적으로 주식의 매력을 낮춰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주가에 부담이 되는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글로벌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대체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기준으로 2.8~3.5% 사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2.84%로 3%마저 뛰어넘을 기세여서 강세장이 종료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금리는 물가 외에도 경제 성장을 반영한 지표라는 점에서 주가 조정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4일 <블룸버그>는 ‘또다른 금융위기의 시작’이라는 주장과 ‘증시 재상승을 위한 숨고르기’라는 견해를 잇달아 소개했다. 도이체방크는 주식과 채권 등 자산 간에 위기가 전염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증시 랠리에 대한 두려움을 기업 이익의 빠른 상승이 상쇄해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서는 금리보다 달러의 추이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던 달러 가치는 미국의 금리 상승 이후 연 이틀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금리 상승에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글로벌 투자자금은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수익률이 높아진 미국 국채로 돌아갈 유인이 커진다. 외국인들은 최근 5거래일 만에 코스피 시장 1조9770억원 등 국내 증시에서 2조8920억원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 금융시장의 위험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흥국채권가산금리(EMBI+, 선진국 금리와의 격차)는 올해 들어 되레 하락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금리 상승이 신용 경색 등 시장 위험이 아니라 경기회복에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경기 개선과 저금리라는 두 축에서 이제는 기업실적 개선이라는 한 축만으로 유동성 축소와 맞서는 환경으로 바뀐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됐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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