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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리와 주식, 둘 간의 관계는 친구 아니면 적?

등록 2018-03-08 17:02수정 2018-03-08 17:05

Weconomy | 곽현수의 차 한 잔

1분기 금융시장의 화두는 금리였다. 지난 1월 워런 버핏이나 앨런 그린스펀 등 유명한 인물들이 미국 채권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일까, 이들의 말이 화를 만든 것일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조정을 받았다. 이 모든 게 금리 탓이다. 겉만 보면 말이다.

주식 시장 조정의 이유, 금리 때문이다?

먼저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다. 금리와 주식의 관계부터 말이다. 주식 시장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주식가치 평가모델 중 배당할인 모형이 있다. 앞으로 받게 될 배당의 총합을 D라고 하고 할인율을 R이라고 하면 주식의 가격은 D/R로 정해진다는 매우 간단한 모형이다. 일반적으로 할인율은 시중 금리다. D/R이 주식의 가격이라면 금리가 상승할 때 주가는 하락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좀 더 복잡한 현실의 문을 두드려보자. 배당은 어떻게 정해지고 금리는 또 어떻게 정해질까. 이 둘을 좌우하는 변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다. 우선 배당부터 생각해보자.

배당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야 한다. 기업들이 돈을 잘 벌기 위해서는 경기가 좋아야 한다. 이제 금리다. 금리가 상승하려면 자금 수요가 많아야 한다. 자금 수요는 (일반적인 상황일 때) 경제 상황이 좋을 때 늘어난다. 경기가 좋을 때 금리는 상승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배당도 늘어나고 금리도 상승한다. 이 두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D/R을 생각해보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D도 늘어나고 R도 올라가면 주식의 가격은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 그래서 금리와 주식을 동지와 적이라는 흑백논리로 치환시키기는 힘들다. 때에 따라서 금리가 상승할 때 주식 가격은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

1987년 이후 주식 상승률(S&P500 지수 기준)과 금리와의 상관계수를 보면 동지와 적으로 양분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상관계수가 0보다 클 때는 둘 간 동행, 작을 때는 역행이다. 2000년 이전에는 상관계수가 0보다 작았고 2000년 이후에는 크다. 2000년 이후만 놓고 보면 금리 상승 때 주식도 대체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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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번에는 금리 상승이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 맞다. 수식으로 계산이 가능하다. 미국 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조정 직전인 1월 말에 19배까지 올랐다. 이는 기대수익률로 환산하면(PER의 역수) 5.3%다. 보통 주식과 채권 간 상대 매력을 비교할 때 주식의 기대 수익률과 금리를 비교한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금리보다 높아지면 주식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개념이다. 당시 금리는 2.6%(미국 10년 국채 금리)였다. 둘 간 차는 2.7%p 남짓이었다.

이번에는 금리 때문이 맞고 방향성보다는 속도의 문제

문제는 금리가 이후 가파르게 올라 한때 3%까지 상승했다는데 있다. 불과 한 달 새 0.4%p나 높아졌다. 둘 간 상대 매력이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PER이 얼마나 낮아져야 할까. 1배 가량이다. 주식으로 치면 5% 내외의 조정이다. 실제로 S&P500 지수는 현재 고점 대비 6% 내외 하락했다. 완만한 금리 상승이었다면 이익 개선 또는 배당 기대감 상승으로 상쇄 가능하지만 갑작스런 금리 상승은 일시적인 밸류에이션 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금리 상승은 왜 이토록 가파르게 나타났을까. 양호한 경제지표가 답이겠으나 한 가지 더 찾아보면 마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와 투자자 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다른 생각 때문이다. 작년 연말까지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해 기준 금리를 두 차례 인상한다고 예상했다. 연준의 점 도표(금리 인상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전망치를 각각 점으로 표시)에서 예상한 세 차례 대비 한 차례 적다. 좀 더 시각을 멀리 보면 이번 금리 인상기에 남은 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생각도 차이가 났다. 연준은 5~6차례라 생각했고 투자자들은 3차례쯤으로 예상했다. 2~3차례쯤 차이가 났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연준이 제롬 파월 의장 체제로 바뀌면서 좁혀졌다. 임금과 물가의 높은 상승률과 금리 인상 환경에 투자자들은 화들짝 놀란 듯 금리 인상 전망을 수정해갔다. 연내 금리인상 전망을 세 차례로 수정했고, 남은 금리 인상 횟수도 네 차례로 수정했다. 연준과 투자자들의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은 같아졌고 남은 금리 인상기에 시행 가능한 인상 횟수도 많이 좁혀졌다.

금리는 간극 해소 기간에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 차례 정도 금리 인상 횟수를 위로 조정한 투자자 생각이 금리에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차례 금리 인상이 25bp(1bp=0.01%) 가량이므로 둘의 간극 해소에 따른 금리 상승분이 이쯤된다. 짧은 기간 40bp의 금리 상승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이유가 있었다. 생각 차이가 상당 부분 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금리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리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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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기댄 금리 상승은 주식 시장에 좋다. 미국 고용지표 중 가장 중요한 핵심 고용률(25~54세 인구의 고용률)과 일드 갭(yield gap, 주식 기대수익률-국채 수익률)이 역행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핵심 고용률은 소비에 직결되고 임금 상승률과도 깊게 연관된 지표다. 미국 내 핵심 고용률은 최근 안정적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 고용 시장에 부는 훈풍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기에 기댄 금리 상승은 주식 시장에 좋다

핵심 고용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말은 일드 갭이 하락하고 있다는 말과 동의어다. 1990년 이후 둘 간 상관계수는 -0.8보다 작다. 상관계수는 절대값이 1에 가까울수록 연관돼 있음을 뜻한다. 핵심 고용률이 추가적으로 상승하면 일드 갭은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 일드 갭의 하락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주식의 PER(주가수익비율)이 상승하거나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다. 앞서 언급했듯 금리 상승 속도는 완만해질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결국 고용지표 개선에 따른 일드 갭 하락은 PER 상승(최근 이익 추정치 흐름이 양호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으로 해석 가능)으로 가능하다. 정책 정상화에 속도 맞추기식 금리 상승이 아닌 경제 회복에 기댄 완만한 금리 상승은 PER 상승과 함께 나타날 수 있고 주식 시장에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이번 금리 상승에 따른 주식시장, 더 나아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금리의 레벨보다는 상승 속도에 원인이 있었다. 과거 어떤 경우를 봐도 경제 회복에 기반한 금리 인상 또는 상승이 주식시장에 해로웠던 적은 없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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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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