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이 강화되면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까?
단기적인 악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 2016년 세계은행의 조사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77.7%로 전세계 평균 58.3%보다 훨씬 높다.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다른 나라보다 피해를 더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11월까지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최근 보호무역 정책이 강해진 건 미국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필요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만약 그렇다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자극적인 조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 영향이 끝나면 보호무역의 영향은 다시 줄어들 것이다.
최근의 강성 이미지와 달리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를 축소해왔다. 2007년 450건에 육박하던 보복 조치가 지난해 약 50건으로 줄어든 게 그 증거인데,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에도 150건을 넘지 않았다. 보호무역 조치의 내용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세이프가드 등 직접적인 제재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검역 강화나 기술장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된 결과인데, 이런 큰 흐름을 갑자기 바꾸긴 힘들다.
한국 경제가 보호무역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수출입 동향을 보면, 미국의 무역 규제가 강해질 경우 미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낮아지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의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아진 이상으로 다른 시장에서 늘었기 때문인데 1994~2005년이 대표적인 예다. 보호무역 조치로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우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서 2.5%로 낮아졌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반대로 2.5%에서 3.0%로 높아졌다. 수출 품목과 지역이 다변화됐기 때문인데, 최근 보호무역에 대한 자극적인 언급이 난무하지만 주가가 동요하지 않는 이유다.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계속 강화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했을 때 수출입 지표가 개선된 예가 많지 않다. 이번도 비슷할 것 같은데,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가 불안해질 경우 보호무역의 입지가 더 약해질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커진 건 주가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곤욕을 치른 투자자들이 보호무역이란 재료를 부정적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세계 교역 둔화로 연결되려면 최소 1~2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상당히 먼 미래의 일이며 얼마나 영향을 줄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화제가 되는 이벤트가 항상 주가를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