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합작사인 미국의 바이오젠이 2015년에 행사할 근거가 없었다는 또다른 실마리가 나왔다.
지난달 29일 공시된 ‘삼성바이오 보유 에피스 주식 양도’에 대한 한영회계법인의 평가의견서를 보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기한은 순이익과 매출 등 에피스의 당기 실적에 연동해 빨라지거나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젠의 이번 콜옵션 행사는 2011년 12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 따라 에피스 설립(2012년 2월)이후 6년 4개월이 지난 권리 만료일에 이뤄졌다. 그런데 콜옵션 요건을 보면 에피스가 순이익을 낼 경우 권리를 앞당겨 행사해야 한다. 당기 순익이 발생한 회계연도의 다음해 3월까지 행사하도록 주주간 약정이 맺어진 것이다. 당시 삼성바이오의 주장대로 2015년 4분기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려면 에피스가 적어도 2014년이나 2015년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이 뒷받침돼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에피스는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393억원과 166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 바이오젠으로서는 콜옵션을 조기에 행사할 의무와 실익이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콜옵션 약정 내용. 자료 전자공시 (* 표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또 주주간 약정에 따르면 에피스의 매출이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하지 않을 경우 콜옵션 행사기간이 2019년 6월말로 1년 연장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에 매우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제품의 국내 판매 승인과 유럽 승인을 앞둔 2015년말 기업가치가 급격히 증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바이오젠과 주주약정은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미래의 기대치가 아니라, 현실로 입증된 실적을 권리 행사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바이오젠은 오는 9월28일까지 콜옵션 행사대금으로 삼성에 7486억원(주당 8만1143원)을 지급하면 에피스 주식 44.61%(922만6068주)를 양도받아 ‘50%-1주’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바이오가 평가한 올해 1분기말 에피스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삼으면 콜옵션 행사로 받는 지분 가치는 2조2587억원이다. 행사금액을 뺀 바이오젠의 평가차익은 1조5101억원으로 수익률은 202%에 달한다. 바이오젠의 기존 지분 5.39%(원금 558억원)를 포함하면 차익은 1조7274억원으로 불어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공시를 한 지난달 28일 최고경영자(CEO) 미셸 보나초스는 “매력적인 조건의 옵션 행사로 지분을 늘릴 수 있게 돼 주주들에게 의미있는 가치를 제공할 기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오젠 경영진은 지난 5월 30일 연례회의에서 콜옵션 행사 뒤 에피스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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