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경제규모의 확대와 경제시스템의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 원칙 적용방식을 재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소유·지배를 제한하는 것으로 현재 은행법에선 의결권 있는 지분의 4%까지를 최대한도로 정해놨다.
이날 최 위원장은 민병두·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이런 내용을 담은 축사를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산파역이었던 금융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을 줄기차게 요청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 사실상 은산분리 원칙 고수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에 최 위원장은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의 취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작다’ ‘예외인정의 필요가 있다’ 등 우회적 화법을 즐겨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규제혁신 점검회의 연기를 전후해 당청의 기류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규제완화를 허용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최 위원장의 발언 강도도 더 세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답답하다’는 질책과 함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당일날 연기했으며, 국무조정실은 금융위에 규제혁신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은산분리는 국유화되었던 시중은행들을 민영화는 과정에서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를 반영하여 1982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었다”면서 “은산분리 도입 당시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사회·경제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 사회 여건이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다변화되고, 대기업집단에 대한 사회·제도적 감시체계가 강화됐으며, 금융감독과 규제도 정교해지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산분리는 금융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추어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 주최자이자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형태로 은산분리 규제완화 입법안을 낸 정재호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은산분리 완화 부작용) 걱정은 걱정을 해소하는 정도여야 하지, 산업발전을 발목잡는 논리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올해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혁신 성과가 반드시 나왔으면 한다. (은산분리 완화) 합의점이 나오는 대로 직진해, 국회에서 법제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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