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상품 안내 현수막이 걸린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승진·연봉인상 등을 이유로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타진하는 ‘금리 인하 요구권’ 행사를 위해 반드시 영업점 창구를 찾아야 했던 불편이 이르면 이달부터 해소된다. 은행권이 금융당국과 협의해 모바일뱅킹 앱 등 온라인 비대면수단을 통해 금리 인하 요구를 접수할 방안을 늦어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14일 금융감독원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방은행 6곳 중 제주은행을 뺀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은행 5곳이 이달 안에 금리 인하 요구권을 온라인 등 비대면수단을 통해 제공한다.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나머지 국내 은행 모두가 늦어도 연말까지 전산개발을 마치고 이런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은 지난 7~9월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사전 준비를 마쳤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승진이나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 등 대출금리 인하 사유가 생겼을 때 스마트폰 등 온라인으로 금리 인하 요구를 접수하면, 은행은 심사 결과와 사유를 고객에게 반드시 통지해야 한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빼곤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하려면 대출고객이 반드시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했다. 그래서 인터넷은행 이용자들이 다른 은행 고객보다 금리 인하 요구권 행사에 훨씬 적극적이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는 금리 인하 요구를 온라인으로 접수한 뒤 인하 대상으로 승인이 날 때만 증빙서류를 지참해 창구를 찾으면 된다”며 “고객에게 금리산정 명세서도 반드시 주도록 해서, 우대금리 혜택을 슬쩍 삭감해 인하 폭을 줄이는 속임수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 행사는 가계대출뿐 아니라 특허 취득·재무상태 개선 등의 사유가 있는 기업대출에서도 가능하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현재 대출상품 표준약관 등에 명시돼 있지만, 은행권이 수익성을 지키려고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는 데다 인하를 타진해도 일선에서 적당히 무마하는 식으로 허위·불성실 응대를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국회에선 이를 법적인 권리로 격상하는 금융업법들의 개정이 추진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안심사소위에 올라간 은행법 등 개정안은 ‘재산 증가나 신용평가 등급 상승 등 신용상태 개선이 인정되는 경우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를 담았다. 또 금융사가 이런 권리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을 경우 은행이 2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처벌규정도 마련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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