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인터넷전문은행 한두곳이 추가 인가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1·2호 인터넷은행인 케이(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잇따라 ‘증자 암초’를 만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과 증자 펑크에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사도록 대출을 주선하는 처지이고, 카카오뱅크는 대주주로 나서야 할 카카오 총수인 김범수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벌금형이 새로운 논란거리로 불거졌다.
23일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에 인가설명회를 개최해, 3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5월 중 최대 2곳을 예비인가하겠다”며 “은행업 경쟁도와 외국 동향 등을 고려할 때 2개의 신규 인터넷은행이 필요하지만, 요건에 부합하는 업체가 2개가 안 될 경우 최종 인가 업체는 더 적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을 4%에서 최대 34%로 대폭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지난 9월 정기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7일 시행된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기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는 산업자본 대주주 지분 확대로 정보통신(ICT) 리더십이 강화되고, 여기에 인터넷은행 한두개가 추가돼 활발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못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나서야 할 케이티와 카카오가 모두 대주주(한도초과보유 주주) 자격에 결격사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더욱 다급한 곳은 케이뱅크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연말이나 올초 2차 증자를 예고했으나 한해 내내 지연과 실패를 반복하다가 12월에야 증자가 마무리됐다. 1500억~5천억원으로 언급되던 증자규모도 1500억원을 결의해 1200여억원을 채우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300여 임직원이 회사 주선으로 평균 3천만원대 신용대출을 받아 90억원 상당 우리사주를 구매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케이뱅크 쪽은 “우리사주 대출 이자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하고 낮은 금리 대출도 주선했다”면서 “직원들이 흑자전환·상장이 가능한 수년 뒤까지 돈이 묶이지만 회사의 미래를 보고 자발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주주로 나서야 할 케이티는 2016년 짬짜미 혐의로 공정거래법 위반 벌금형이 확정돼 금융당국이 심사에서 이를 ‘경미한 사유’로 인정해주지 않는 한 앞으로 3년간 대주주 결격 처지다.
카카오 역시 흡수·합병한 자회사 카카오엠의 공정거래법 위반 벌금형이 논란인데, 최근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아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금융당국은 은행법·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카카오뱅크 대주주자격 심사 때 김 의장의 벌금형이 직접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 했으나, 카카오의 동일인인 총수의 벌금형도 심사 대상이라는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찮다. 다만 금융당국은 김 의장의 벌금형이 카카오의 바로투자증권 인수엔 고려 대상이라고 보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대주주자격 심사를 보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 대주주자격 심사엔 총수의 범죄를 살피는데 예금자 보호 때문에 더 엄격해야 할 은행 대주주 심사엔 총수의 범죄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유권해석이나 입법상의 불균형”이라고 짚었다. 업계 내부에선 “금융위가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 일정을 발표했으나 은행업 요건에 부합하는 산업자본 대주주 후보가 적은 현실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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