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미래의 △△님이 제발 멈춰달래요.’, ‘이번 달은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무심코 긁어 쌓인 카드 지출에 차례차례 경고 메시지가 날아든다. 돈 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에서 공인인증서를 연결하면 흩어진 계좌와 카드내역 정보를 모아 과소비 단계별로 이런 ‘채찍성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언뜻 장난스러운 이런 알림은 실제 회원들의 소비 절약에 효과가 있었다. 뱅크샐러드의 조욱진(31) 매니저는 “과소비 조언을 받은 회원들의 이후 3개월 지출액을 살펴봤더니, 10명 중 7명은 평균 지출이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모바일앱 서비스를 시작한 뱅크샐러드는 1년6개월 만에 회원수는 210만명, 다운로드 250만건을 기록하며 주목받는 핀테크(금융+기술) 앱이다. 뱅크샐러드에서 관리되는 금융자산만 은행계좌 8조원, 주식·펀드 4조원, 대출 잔액 14조원에 이른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운영사) 사무실에서 만난 조 매니저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뱅크샐러드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금융비서’를 총괄하고 있다. 금융비서는 앱 안에서 개인의 주간·월간 지출·투자를 평가해주고, 특정 소비 패턴 중심으로 회원들에게 친근하게 경고와 격려를 해준다.
조 매니저는 금융비서 서비스를 구상할 때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 같은 캐릭터로 잡았다”고 했다. “마냥 고분고분하지도 않지만 위트 있으면서 선을 넘지는 않는 비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를 평소보다 많이 타는 회원에겐 금융비서가 ‘차라리 차를 사지 그래요?’라며 위트있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상황별 메시지를 100여개 정도로 갖고 앱은 회원에게 그때그때 맞는 메시지를 보낸다. 올해 초 유행했던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방식을 구현한 앱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런 재미 덕분에 메시지를 열어보는 비율이 60~7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조 매니저는 “보통 앱 안에서 구동되는 ‘인 앱 메시지’는 오픈률이 15%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매니저가 설명하는 금융비서의 본질은 ‘재미’보다 ‘데이터’다. 조 매니저는 “흩어진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해석이 되지 않으면 금융은 일반인에게 어렵다”며 “자산관리 전반에 가치있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내년에는 좀더 개인에게 맞는 금융비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연말정산과 연계해 회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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