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시내 한 케이비(KB)국민은행 지점에 8일 파업일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케이비(KB)국민은행 노사가 8일 19년 만의 총파업을 목전에 두고 한밤중에 협상 재개에 나섰다. 이틀간 마라톤 협상을 하고도 7일 오후 늦게 협상 결렬을 맞았던 은행 노사는 7시간여 만에 다시 대화에 나섰다. 양쪽 모두 고객 피해 등 파업의 사회적 파장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막판 이견 조율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도 은행 전산보호 상황과 고객 불편 최소화 대책 등의 점검에 나섰다.
7일 국민은행 노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허인 은행장과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케이비국민은행지부장은 이날 밤 11시 이후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6~7일 밤샘 협상에 이어 오전·오후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대화를 이어갔으나 오후 4시15분 한때 협상 결렬을 맞기도 했다. 박 지부장은 이날 밤 11시께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리던 파업 전야제 행사 도중 “협상에 다녀오겠다”고 공표하고, 자리를 떠났다. 국민은행 회사 쪽도 “노사 협상이 서울 시내 제3의 장소에서 재개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노사가 다시 한밤 협상에 나선 것은 고객 불편 등 파업의 사회적 파장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총파업 가결에 이르게 된 것은 최대 실적 행진 뒤편 ‘성과주의’ 경영 갈등, 성과연봉제 성격이 있는 페이밴드(승진 적체 시 호봉승급 제한) 적용 문제,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성과급 배분 방식 등의 이슈가 뒤얽혀 있다. 하지만 개별 사업장의 임단협을 둘러싼 은행 파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실적 행진이 은행 구성원들의 차별화된 노력의 산물이라기보단 독과점 시장 환경과 금리 상승기 예대마진 확대 등의 결과로 보는 견해가 많은 탓이다.
케이비(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사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노조는 이날 지역 점포 조합원들이 대절버스를 타고 상경해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 모인 뒤 밤 9시~새벽 1시 파업 전야제 행사를 치렀다. 이어 밤샘 집회를 한 뒤 8일 오전 9시부터 하루 경고성 파업을 진행하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7일 밤 11시 기준으로 노조는 체육관에 모인 인원이 8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했고, 부산 등 지역에서 대절버스로 추가 인원이 도착할 예정이어서 9천~1만명 정도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노조가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선 1만3700여명 조합원 가운데 1만1990명이 투표해서 96.01%의 찬성률이 나왔다. 노조 쪽 추산이 맞는다면 파업 참여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노사가 한밤중 협상장으로 되돌아갔지만 임단협 협상이 끝내 합의점을 못 찾을 경우 8일 영업 차질은 불가피하다. 국민은행은 일차적으론 1057개 지점과 출장소를 모두 정상 운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근무 인원이 부족할 경우엔 거점 점포 중심으로 축소 운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상 지점은 10~15명 직원이 근무하며 지점장 1명과 부지점장 2~3명 정도 비조합원 관리직급 인원이 있다”면서 “최소 3명이 있으면 지점 문은 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영업점을 최대한 정상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새벽에 협상 타결이 뒤늦게 이뤄지더라도 영업은 일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역 조합원들이 이미 대절버스를 타고 상경에 나선 상황이어서 소속 지역 복귀에 물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임단협 관련해 노사가 갈등을 빚다가 합법적 절차를 밟아 이뤄지는 파업이어서, 금융당국이 사안 중재 등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면서 “현재는 보호시설인 은행 전산 보호 상태를 점검하고 유사시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 고객 불편 시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는 것 등 당국이 해야 할 일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 쪽은 일단 최대한 많은 영업점을 정상운영하겠다고 밝혔고, 일상적 금융거래의 대부분이 디지털 뱅킹으로 바뀌어서 파업의 파장이 예전보다는 줄어들겠지만 파업 참여율이 영업차질 규모를 결정할 것이니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면서 “젊은 고객들은 모바일 뱅킹 등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텐데 아이티(IT)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 고객들이 영업장에서 대기 시간 등이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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