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오는 25일 5900여억원의 증자를 하려던 일정을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증자는 케이티가 34% 지분을 보유하는 대주주가 되는 것을 전제로 추진됐으나, 금융당국이 최근 대주주 자격 심사 중단에 무게를 싣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8일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케이뱅크는 오는 11일 신주를 청약해 25일 증자대금을 납부하는 유상증자 일정을 공시했으나 이를 연기할 방침이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오는 11일 신주 청약일 이전에 새로운 증자 일정을 확정해 관련 법령에 따라 공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지난 1월 유상증자 일정을 이사회에서 의결해 공시할 때 6월28일 이내에 한해선, 청약일과 주금납입일 일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은행장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추가 이사회 등은 필요 없다”고 전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월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사회에서 5900여억원을 증자하기로 의결했다.
케이티는 이번 증자를 위해 지난달 12일 한도초과보유주주(대주주) 승인 심사를 신청했으나, 최근 금융당국은 사실상 심사를 중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도 34%까지 은행 지분을 소유할 길을 열어줬으나, 최근 5년 이내에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의 전력이 있을 경우 대주주 결격 사유로 본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이런 전력을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대주주 자격을 승인받을 수 있다.
케이티는 지난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담합)으로 7천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데다,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추가 혐의와 관련해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받았다. 이는 공정위가 케이티에 대해 검찰 고발에 나서고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이 추가로 선고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결격이나 심사 중단을 의결하면 몰라도, 자격 승인을 하긴 쉽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현행 법령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 심사 기한을 60일 이내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금융감독원·검찰·공정위 등의 검사·수사·조사가 진행될 경우엔 심사를 중단할 길을 열어놨다.
결국 케이뱅크의 자본금 확충이 불투명해지면서 또다시 대출중단 등의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중단을 거듭하다가 연말에 가까스로 1200억원을 증자해서 급한불을 껐다. 하지만 올해 2분기가 되면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에 또다시 위험신호가 올 만한 상황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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