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은 6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신뢰 회복을 위해) 25일 이전에 (채권단 지원 관련) 가시적 조처를 내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아시아나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결정을 이끌어낸 채권단 대표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향후 매각 절차와 남은 과제 등에 대해 추가 설명을 내놨다. 그는 “(채권단 목소리가 매각 주관사 선정 등에)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며 “박삼구 전 회장이 (매각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이 매각 이행에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얘기다. 금호그룹이 나중에 회사를 되찾으려고 위장 매각을 할 가능성에 대해선 “언론에서 거론되는 인수자 면면이 박삼구 전 회장에게 이용될 사람들이냐”고 되물었다.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대주주 차등감자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자본잠식이 안 돼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에 대해 여전히 신용 위험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선 신속한 조처를 약속했다. 아시아나는 오는 25일 600억원 공모 회사채 만기 시점에 차환 발행이 어려워 공시 신용등급이 소멸될 위험이 남아 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시장 신뢰 회복 신호가 있지만, 신뢰를 더 주려면 시간을 늦출 필요가 없으니 속도를 낼 것”이라며 “(지원 관련) 구체적 결정을 25일 이전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아시아나가 새로 해야 할 재무구조개선 약정(MOU) 체결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새 인수자가 구주 인수대금 이외에 신주 유상증자로 투입해야 할 자본확충 규모나 채권단이 지원할 신규 자금 규모·방식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아시아나 재무구조에 문제가 되는)부채는 3조6천억~7천억원인데, 이를 전액 갚아야 하는 게 아니고 예시하자면 3분의 1이나 4분의 1을 갚고 나머지는 일정액 부채를 안고 가면 되는 것”이라며 “전체 부채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증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단의 자금 지원 규모와 방식에 대해선 “영구채 방식이 거론되는데 추후 협의를 거쳐야 확정될 것”이라며 “다만 아시아나 경영이 안정될 만한 충분한 자금이 들어가게 해서 시장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신뢰를 충분히 얻어야 조속한 매각과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는) 정상화되면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공개 매각절차에 들어가면 인수가격과 자금지원 능력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와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의 통매각 여부에 대해선 “가능한 일괄매각이 기업가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필요하면 아시아나와 금호산업과 협의해서 분리매각도 있을 수는 있다. 시너지를 위해 만든 조직이니 일단은 존중하고 간다”고 언급했다.
또 박삼구 전 회장의 동생 박찬구 회장이 계열 분리한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 지분 11.98%를 보유한 점과 인수 가능성에 대해선 “그분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고 우리가 말하긴 어렵다”며 “어떤 인수자가 아시아나에 도움이 될 것인가 관점에서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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