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케이이비(KEB)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올라설 경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사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하나금융투자 자료를 보면,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1160원을 넘어서면 외국인은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에서 순매도(매도-매수)로 돌아서지만 환율이 추가로 상승해 1200원 이상이면 순매수로 전환했다. 구간별로 보면 환율이 1160~1200원인 사이에서 움직일 때 외국인의 주간 평균 순매도는 2003억원에 달했다. 반면 1200~1240원인 구간에서는 주간 평균 748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간을 2015년 이후로 좁혀도 이러한 추세는 달라지지 않는다. 한화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달러당 원화가 1150~1200원인 구간에서 외국인은 모두 6조8천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환율이 1200원 이상일 때는 순매도 금액이 7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의 난항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은 환율이 10.4원 급등해 1180원에 육박한 지난 9일부터 코스피 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모두 1조6911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환율이 1190원을 돌파한 16일 하루에만 7개월 만에 최대인 4679억원의 주식을 내던져 매도세가 정점에 달한 모습이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도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면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하거나 매도세가 꺾이는 이유는 뭘까? 2015년 이후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30원이며 고점은 2016년 2월25일 기록한 1238.8원이다. 17일 현재 환율은 1195.7원이다. 환율이 1200원을 넘어 천정 부근으로 향하면 금융위기가 아닌 이상 원화가 급속히 안정될 것이라고 판단한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2016년 말 환율이 1200원대로 올라서자 외국인은 그해 12월 27일부터 12거래일간 1조8892억원의 코스피 주식을 쓸어담았고 환율은 이내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주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10주만에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집계를 보면, 지난 9~15일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는 2억1300만달러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 펀드에서는 지난 3월 이후 계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인 전환일 수도 있지만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는 실마리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