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6.78포인트(1.78%) 내린 2029.48, 코스닥은 25.81포인트(4.00%) 내린 618.78로 장을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케이이비(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름시름 앓던 국내 증시가 드러누웠다. 돌발 악재는 없었지만 경기와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에 취약해진 증시 수급이 맞물리며 급락했다.
29일 코스닥 지수는 4%(25.81) 급락한 618.78로 장을 마쳐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7년 4월14일(618.24) 이후 2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1.78%(36.78) 떨어진 2029.48로 장을 마감해 2000선을 위협받게 됐다.
2분기 경제 성장률(전기대비 1.1%)이 반등했지만 시장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민간부문의 자생적 회복이 아닌 정부지출에 기댄 성장이었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 흐름도 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가 취합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대로 하향조정됐다.
7월 수출도 두자릿수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감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 26일까지 발표된 상장사 125곳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 동기보다 37% 급감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64% 급감한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하반기에도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기술분쟁으로 확산되는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도 반도체 수요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추정치는 올해 들어서만 30%나 낮아졌다. 한대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2016년부터 시작된 당기순이익 100조원 시대가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매매에 영향을 주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도 불투명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향후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다고 말해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전기대비 연율 2.1%)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점도 증시에는 악재로 꼽힌다. 30일(현지시각)부터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적극적인 금리 인하 기대감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재료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최근 10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를 떠받쳐온 외국인은 이날 625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고객 예탁금이 정체되고 주식형 펀드에서 7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국내 증시 체력이 허약해진 상황에서 외국인의 크지 않은 매도에도 지수가 충격을 받았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기대감 약화와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의 상대적 소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분쟁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교역 회복이 이른 시간 안에 나타나기는 어려워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를 제자리에 올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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