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국내 민간 경제연구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서너달 전만 해도 국내외 기관들은 대체로 우리 경제가 올해 바닥을 치고 내년에 회복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들어선 내년에도 바닥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전망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연구소는 30일 발표한 ‘경제금융 및 금융산업,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은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 1%대의 저성장을 기록하고, 국내 제조업의 회복도 지연돼 내년은 1%대 성장 고착화의 시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8%, 1.9%로 전망했다.
아예 2% 성장 시대로 되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연구소는 “생산가능인구의 급감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분업체제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면 성장률 2%대 시대가 조기에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엘지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엘지경제연구원은 올해(전망치 2.0%)보다 내년 성장률이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이 내년에도 해결되기 어려워 세계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눈높이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10월 말 기준 9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1%다. 이들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4%(올해 5월 말)→2.3%(7월 말)→2.2%(8월 말)→2.1%(10월 말) 등으로 지속해서 하락해왔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 1%대 성장률을 전망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전망치를 1.9%에서 1.6%로 끌어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 전망기관들도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분위기가 강해, 내년도 1%대 전망은 세를 더 불릴 것으로 보인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