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31일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일주일가량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 열린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위원들에게 “일주일 정도 시간적 여유를 갖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추위는 위원 구성이 이사회와 비슷해 사실상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손 회장은 이 기간 동안 행정소송까지 해서 연임을 강행하려고 할지, 아니면 사임의 뜻을 밝힐지 생각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사회 멤버들은 다음주 손 회장의 입장을 들은 뒤에 어떤 선택이 그룹에 도움이 될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의 이런 태도는 행정소송까지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지금까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 결정이 나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은 곧바로 사임의 뜻을 밝힌 게 관례였는데, 이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주일간 손 회장은 행정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현 시점에서 손 회장이 연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3월 말 주총 전에 행정소송을 내는 것이다.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을 인용받으면 중징계 효력을 중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제재 절차를 이르면 3월 초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31일 오후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건과 관련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제재 절차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자 이런 공식 입장을 언론을 통해 공표했다.
금융위는 “제재 관련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히 관련 절차를 진행해나갈 것이며 일정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이르면 3월 초에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해 “절차를 일부러 지연시키지 않고 최대한 빨리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임원 선임은 당해 금융회사의 주주·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으로, 여러 제반 사정을 감안해 회사와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표현인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당국의 결정을 따라줄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우리금융이 행정소송 등을 통해 손 회장 연임을 강행할 경우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져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회장 연임 여부는 주주들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주주 입장에서 어떤 선택이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지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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