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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감원 제재심’ 불복 막으려면… “영·미처럼 운영 독립성 높여야”

등록 2020-02-18 18:24수정 2020-02-19 02:35

금융법 전문가 “제재절차 개선 필요”
금융감독기구 입김 강하게 작용
내부위원 많고 외부위원도 직접 선임
‘대심제’ 있어도 “기울어진 운동장”

금융회사 제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 내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의 구성과 운영방식의 독립성이 금융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미국에 견줘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의 제재가 충분히 정당성을 갖췄어도 금융회사와 임원들이 이에 승복하게 하려면 제재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대규모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내린 데 대해, 손 회장이 사실상 불복을 선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은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곧바로 사퇴 수순을 밟았지만, 손 회장은 금감원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일부 전문가는 제재 대상자가 금융당국의 처분에 불복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제재 절차를 지금보다 투명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법 전문가로 제재 절차를 연구해온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제재 절차가 공정성과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며 영국·미국처럼 제재심의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재심 구성은 영국·미국과 비교해 금융감독기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도록 설계돼있다.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은 금감원 당연직 내부위원 4명과 지명 외부위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외부위원은 17명의 인력풀에서 사안에 따라 금감원이 선임한다. 제재심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하며, 결정 내용을 금감원장에게 권고한다.

반면에 영국의 금융감독청(FSA) 제재절차 매뉴얼을 보면, 금융감독청 이사회 산하에 ‘규제결정위원회’(RDC)를 두고 이곳에서 제재를 최종 결정한다. 규제결정위는 사안에 따라 위원 수가 달라지는데, 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위원은 외부인사다. 또한 이 위원회는 해당 사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별도의 자문관과 직원들을 두고 독자적으로 해당 사건을 추가 조사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청 산하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조직과 독립된 기구로 운영됨으로써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미국의 경우엔 연방예금보험법(FDIA)과 행정절차법(APA)에서 은행 감독기관인 통화감독청(OCC)의 제재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제재 대상자가 제재에 이의가 있으면 청문 절차가 개시되는데, 이 절차를 ‘행정청문주재관’이 주도한다. 이 주재관은 통화감독청장이 7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전문가 중에서 선임한다. 고동원 교수는 “청문 절차는 사실상 소송과 비슷하게 운영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제재 대상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 금감원 검사국과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참석해 진술을 하는 ‘대심방식 심의제(대심제)’를 도입하긴 했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제재 절차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주장한다. 제재심에 참석한 바 있는 한 금융권 간부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도 사전에 금감원에 제출을 해야 했다. 금감원 쪽은 이미 우리 쪽 주장을 파악한 상태에서 자료 준비를 한 것 같았다”며 “말이 대심제이지 실제로는 금감원 쪽에 ‘기울어진 운동장’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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