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Ⅲ 개편안 올 2분기 조기시행
코로나 자금난 풀기 위해 앞당겨
BIS 자기자본비율 상승 효과 기대
“자사주 매입 등 하지말길” 권고방침
“생산적인 부문에 자금 공급 늘려야”
코로나 자금난 풀기 위해 앞당겨
BIS 자기자본비율 상승 효과 기대
“자사주 매입 등 하지말길” 권고방침
“생산적인 부문에 자금 공급 늘려야”
금융감독당국이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인 바젤Ⅲ 조기 시행으로 확대되는 자본 여력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은행들에 권고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맞아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자금 애로를 해소해주고자 취해진 조처를 은행들이 주주를 위해 이용할 수 있다고 보고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1일 <한겨레>에 “바젤Ⅲ 조기 시행은 은행들이 기업대출 등 생산적인 부문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도록 하려는 게 기본 취지”라며 “확대되는 자본 여력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성과급 인상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거나 부동산 대출 등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명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권고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젤Ⅲ 조기 도입을 희망하는 은행들은 이행 시기와 자금운용계획 등을 수립해서 금융감독당국에 보고를 하게 돼 있는데, 협의 과정에서 이런 방향을 권고하겠다는 얘기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권고하는 위험가중자산 산출방식 개편안으로, 애초 2022년 1월 도입 예정이었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1년반 앞당겨 올해 2분기부터 시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바젤Ⅲ가 시행되면 은행 건전성 핵심지표인 비아이에스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금융당국은 국민·신한 등 시중은행은 이 비율이 1~2%포인트, 대구·부산 등 지방은행은 3~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말 현재 비아이에스 비율은 4대 시중은행 중에서 하나은행이 16.12%로 가장 높고, 신한 15.91%, 국민 15.85%, 우리 15.38% 수준이다. 이 비율이 16~17%대로 높아지게 되면 은행들로선 주주들로부터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의 요구를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물론 은행들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에 출자하면 비아이에스 비율이 낮아지는 부담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바젤Ⅲ 시행에 따른 비아이에스 비율 상승 효과가 은행들의 펀드 출자에 따른 하락 효과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은행들이 유럽과 미국 은행들처럼 배당금 지급 유예나 자사주 매입 금지 등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방식은 현재로선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기업 대출도 늘려야 하는 두가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공개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봐가며 6~7월께 지급되는 중간배당, 더 나아가 기말배당을 일정기간 유예하도록 은행들에게 명확히 주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6760억원, 4500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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