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일 언론사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은 위원장은 공개서한과 함께 보낸 16개의 질문·대답 형식의 ‘최근 금융시장과 금융정책 주요 이슈에 대한 설명’ 자료에서 한은이 지난 2일 한은법 제80조에 따라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을 4차례나 언급했다. 통상 금융당국은 한은의 독립성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한은의 정책방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은 위원장은 ‘한은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닌지?’라는 질문에 “한은 소관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러우나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100조원+α’ 대책에 한은이 절반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공급 방침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5조25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적시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한은법 제80조에 따라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전통적으로 기준금리 조정과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데, 한은법 제80조는 자금조달시장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예외적으로 회사채 매입도 가능한 길을 열어놓은 조항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은 위원장의 이런 언급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한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시장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한은이 긍정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한다고 하니까 시장에서도 불안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은을 칭찬함으로써 은근히 부담감을 주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은 위원장은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이 아닌 회사채, 기업어음(CP)은 지원하지 않는 것인지?’라는 질문에 “한은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해 대출을 지원할 경우 채안펀드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여력이 생기면 저신용등급을 일부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이 최근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 등에 여신전문금융회사채·기업어음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 금융위도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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