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 복원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나, 주택가격이 큰 폭 하락할 경우 고령층 대출자들이 취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삼성·한화·미래에셋 등 비은행지주 금융그룹 감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은 2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금융위원회가 밝혔다. 이 기구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상호 연계성이 높아짐에 따라 1999년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29개국에 대해 5년마다 평가를 의무화했다.
이 기구는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해 평가를 진행한 결과,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복원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부채 등 취약성도 발견된다고 평가했다. 이 기구는 “시스템 리스크 분석 결과, 은행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트레스 상황 발생 시 자본 수준에 큰 영향을 받는 금융업권은 지방·상호저축·정부소유은행 중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지난해 6월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스트레스 시나리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의 크기와 지속기간을 반영한 것이라고 금융위는 전했다.
이 기구는 저금리·저성장, 고령화, 핀테크 발전 등에 따른 금융시장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할 때 일부 분야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주택가격 하락 충격 등이 발생할 경우 고령층 차주의 취약성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전세제도로 야기될 수 있는 잠재적인 차환 리스크, 그리고 전세보증금의 주식투자 활용에 따른 전세제도와 주식시장 간 연계성 증가 등에 대해 평가할 것을 권고했다.
은행 등 개별 금융업권은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해도 평균적으로 건전성·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은행은 핀테크 발전이 수익성·건전성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험은 저금리의 장기화로 생보업권의 영업이익이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 감독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국제기준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비은행지주 금융그룹 감독의 법적 근거 마련과 감독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생명·현대차·디비(DB) 등 6곳의 복합금융그룹 감독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모범규준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안정성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한 협의체가 부재한 점을 취약요소로 꼽았다. 현재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리는 ‘거시경제금융회의’의 최우선 단일 목표로 거시건전성 감독을 지정함으로써 금융안정 관련 정책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한 금융위는 전략 수립, 금융시장 육성 정책 및 위기 대응 관련 역할에 집중하고, 금감원에 보다 많은 운영 및 집행 권한을 부여할 것을 권고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