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수은)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의 5억달러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수은은 21일 방문규 행장 주재로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의 외화공모채 상환재원 지원을 위해 5868억원(대출 기간 1년)을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수은에 요청한 바 있다. 수은은 두산중공업이 갚지 못하면 결국 지급보증한 수은이 대신 갚아야 하는 만큼 대출 전환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은은 대출전환이 추가지원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은은 “추가지원은 두산그룹의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의 타당성 및 실행 가능성,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 및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두산그룹과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두산중공업이 은행 차입대출금 이외에 회사채·기업어음(CP) 등 발행으로 조달한 시장성 차입금은 아직 1조2000억원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은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재무·경영상태 실사가 완료된 뒤 추가로 필요한 자금 규모가 확인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은행·수은 등 채권단은 실사가 끝나는대로 자구안과 관련해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 여부 등을 5월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앞서 산은과 수은은 이번 신규 대출과 앞서 집행한 1조원 한도대출에 대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보유한 ㈜두산 보통주 122만주 전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총 32명의 ‘계열주’(동일인) 보유 주식 및 대주주인 ㈜두산의 보유 주식 등을 채무변제용 담보로 잡아두고 있다.
수은의 추가 지원 결정 배경엔 기업의 부실로 인한 대규모 실업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로 일자리가 급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행 고용 수준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금융공공기관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금융공급을 할 경우 악화될 수 있는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을 기관 경영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경영평가에 신경 쓰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신호였다.
수은은 이날 “국책은행 지원자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필요한 경우 정부 앞으로 자본확충 등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해고금지 혹은 안정적인 이직 지원 등을 단서로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지역 사회와 노동자 등의 피해를 줄 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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