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 제공
정부가 22일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기간산업 정상화 시 이익공유 장치가 미국과 독일의 비슷한 제도에 견줘 그 기준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원회는 총 지원금액의 15~20%를 주식연계증권(전환사채 등), 우선주 등으로 지원하면서 전환가액은 지원시점 직전의 일정 기간 평균주가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3개월 평균주가를 예시로 제시했는데, 이는 미국이 항공업체들을 지원하면서 현재 주가로 전환가액을 설정한 것과는 다른 조건이다.
주식연계증권은 특정 주식을 특정 기간에 미리 정한 가격(전환가액)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증권소유자에게 부여한다. 예컨대, 7천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소유자는 행사 시점에 주가가 1만원이라면 주당 3천원씩 이익을 보는 식이다.
미국 재무부는 15일 델타항공에 16억달러를 10년간 저리로 대출해주면서 대출금액의 10%를 주식연계증권으로 취득하기로 합의했다. 전환가액은 합의 당일 주가 24달러였는데, 이는 올해 델타 주가의 최저점 수준이다. 이 회사 주가가 1월 초 60달러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거의 3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이다. 주가가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다고 가정할 경우 재무부는 주당 36달러(60달러-24달러)의 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3개월 평균주가를 전환가액으로 정하면 그 이익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을 예로 들면, 최근 3개월 평균주가는 2만1천원 수준이고 현재 주가는 1만9천원대다. 즉, 3개월 평균주가로 설정하면 현재 주가로 할 때보다 주당 2천원 정도 이익이 적어지는 구조다. 델타는 최근 3개월내 최저점 수준에서 전환가액이 결정된 반면에,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주가 추이에 따라 어떤 조건이 유리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정상화시 이익공유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납세자들의 이해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전환가액을 낮게 책정하는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3개월 평균주가와 현재주가 중 낮은 가격으로 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지원대상 기업의 보통주와 이익참가부사채 등을 매입해 이익을 공유한다. 보통주는 정부가 의결권까지 가진다는 것을 뜻하며, 이익참가부사채는 일정한 고정 이자에다가 추가로 순이익의 일부를 이익배분으로 받게 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보다도 더 파격적이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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