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올 상반기 중에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금융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지난해 말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이후 갈등을 빚어온 금감원과 우리금융이 화해 모드로 전환하는 신호가 될지 주목된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표준등급법’을 사용하는 우리금융의 비아이에스 자기자본비율 산정방식을 ‘내부등급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실사 작업을 지난달 말 끝내고, 곧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비아이에스 자기자본비율은 금융회사의 자본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평가지표인데, 어느 방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는 만큼 금융회사들은 매우 민감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르면 올 상반기에 승인도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그렇게 되면 2분기 자기자본비율 산정부터 새 방식 적용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신용리스크 추정 모형이 완벽하지 않아 일부 완성된 모델부터 적용하는 분할승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아이에스 자기자본비율 산정 방법에는 바젤위원회가 제시하는 표준모형을 따라 차주의 신용리스크를 평가하는 방식(표준등급법)과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추정 모형을 활용해 신용리스크를 평가하는 방식(내부등급법) 두 가지가 있다. 표준등급법이 더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려면 금감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 5대 금융지주 중에 표준등급법을 채택한 곳은 우리금융 한 곳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내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어 우리금융은 그동안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비아이에스 자기자본비율(총자본 기준)은 케이비와 농협이 14%대, 신한과 하나는 13%대인 반면에, 우리금융은 11.89%로 가장 낮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규제비율 11.5%를 가까스로 넘기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가 거래 기업의 도산으로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나 경영위험에 빠질 경우 최소 11.5%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방식 변경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가 현재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자본여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가능하다는 논리다.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을 채택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은 1%포인트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돼, 대출여력이 더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려면 금융회사가 자체 모형을 통해 여신의 부도율, 부도시 회수율 등을 산출해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러면 최소 3년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로 출범한 지 이제 2년째인 만큼 원칙상으로는 시일이 더 필요하다. 우리금융 쪽은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이미 내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어 큰 문제 없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금융회사들의 실물경제 지원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인데 우리금융이 이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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