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 금리 수준이 되면서 국내 주요은행 정기예금에서 6월 한달 동안 10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반면 은행 통장에 쌓여있는 요구불예금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채 24조원이 늘었다.
2일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을 보면 633조914억원으로 5월말(642조7699억원) 보다 10조6785억원이 줄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월 652조 3277억원을 기록한 뒤 석달 연속 감소세다.
이는 은행의 예금 및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월부터 1%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3월에는 0.75%, 5월에는 0.5%로 기준금리를 낮춘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계속 낮춰 사실상 1년 만기 기준 1% 금리 상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년 동안 1천만원을 예금에 넣어둬도 10만원 이자를 받기도 어려워진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해 사정이 빠듯한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인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은행의 6월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5월(541조9532억원)에 견줘 24조3628억원이나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등 예금자가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을 말한다. 이자는 연 0.1% 수준으로 낮지만, 일정 기간 돈을 묶어야 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권에선 주식과 부동산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 시기를 찾기 위한 자금들이 일시적으로 요구불예금에 고여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