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3일 온라인브리핑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산업은행 제공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거부하고, 오는 12일까지 인수 계약을 완료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계약이 무산될 경우 모든 잘못은 현산에 있고, 현산이 계약금 반환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이동걸 회장은 3일 산은 온라인 브리핑에 참석해 “더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 오고 있다. 모든 당사자가 거래종결시점에 맞춰 결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날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거래종결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인수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계약 무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현대산업개발은 8월12일까지 계약해지 통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지난달 29일 현산이 이달 12일까지 인수 계약을 완료하지 않으면 계약금 2500억원을 반환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은 현산이 계약대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지난 연말 현산이 (2조5천억원 투자결정을 할때) 아시아나 미래를 밝게 봤듯이 지금 (코로나) 먹구름이 걷히면 항공업이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장이 열릴 것이고 아시아나는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이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은 현산 쪽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모든 잘못은 현산에 있다. 현산의 공문이나 보도자료의 주장은 상당부분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 금호나 산은은 최선을 다했고, 계약 무산 위험은 현산이 제공한 원인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며 “계약금 반환 소송은 현산이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인의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게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은은 현산의 인수계약이 무산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회장은 “현산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상화 지원을 할 것이다. 코로나라는 불확실성에 매몰되지 않고 긴 안목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최대현 부행장도 매각이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영 안정화 후 자회사 처리, 분리 매각 등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또 최 부행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 지원에 대해 “회계법인이 내년 1사분기까지 각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에 대해 실사를 진행했다”면서 “지원 가능한 정부의 정책 프로그램으로 우선 지원하고 나머지는 정책금융기관 간에 서로 분담하는 형태로 부처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브리핑 뒤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은 현재 검토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날 산은은 참고자료도 함께 내어, 두산그룹이 두산타워·두산솔루스 등 매각을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두산그룹은 알짜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산은은 또 항공업 외 다른 산업 분야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자금지원도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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